美월가 임원 된 한국계 '파워 워킹맘'들의 성공노하우

입력 2022-10-26 18:19   수정 2022-10-30 01:32

“아시안 여성들은 자신을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신의 배짱을 믿으세요(trust your guts).”

지난 21일 미국 뉴욕 소호의 앵커리지캐피털그룹 본사에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한 여성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날 열린 행사는 뉴욕 KFS(한인금융인협회) 연례 여성 포럼. 월가의 내로라하는 투자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인 여성들이 후배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날 행사에는 샌드라 슈베르트 골드만삭스 소비자·WM MD(전무), 스텔라 킴 터커 트루이스트증권 테크 기업·IB 담당 대표(헤드), 앤 정 블랙스톤(그로스) 소비자 부문 글로벌 대표(헤드), 수 킴 앵커리지캐피털그룹 파트너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이들은 서너 명의 자녀를 둔 ‘슈퍼 워킹맘’이기도 하다. 뉴욕에서 근무하는 젊은 여성 금융인들과 투자 업계 진출을 희망하는 학부·대학원생 100여 명이 이들의 성공 노하우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연사들은 일과 사생활의 벽을 높게 쌓지 말 것을 조언했다. 슈베르트 전무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영화 제목처럼 ‘일하고(work), 놀고(play), 베풀라(give)’는 것을 캐치프레이즈처럼 생각하며 살아왔다”며 “일을 위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놀이처럼 즐기고, 배우려는 태도를 갖추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터커 대표도 “나이를 먹으면 여러 정체성이 하나로 합쳐지기도 한다”며 “고객이 친구가 되고, 친구가 고객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킴 파트너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가 계속 좋아하며 잘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나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정 대표는 “‘틀에 박히지 않은, 비전통적인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일한 결과, 백인 남성으로만 구성된 14명의 투자위원회에서도 제 역할을 하게 됐다”며 “어떤 딜(거래)을 할 때 창의적인 접근법을 도입하려고 노력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슈베르트 전무는 “과거 패션 잡지에서 일하다가 투자은행 업무 기회가 생겼을 때 해보지 않은 분야여서 고민이 컸다”면서도 “리스크를 감당했던 것이 평생 즐기며 하는 직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의 삶은 덜 중요한 일들을 우선순위에서 제거해나가는 과정이었다”며 “그동안 이뤄놓은 경력을 믿는다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100% 이상 준비된 것”이라고 했다.

여성 간의 끈끈한 멘토링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워킹맘’으로서 힘든 부분이나 업무에서의 어려움도 관계의 힘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시각이다. 킴 파트너는 “일과 가정생활을 잘 병행하려면 인간관계도 효율적으로 시간 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며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소그룹을 만들고 의견을 자주 교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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