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이에스피, 폐수·분진 없는 2차전지 재활용 기술 개발

입력 2022-10-27 08:30  



2차전지가 미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2차전지를 사용하고 남은 폐배터리가 또 다른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가 폐배터리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활용 사업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20년 172억달러에서 2025년 23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1억6600만달러에서 2억22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에서 배출하는 폐배터리는 2029년까지 7만90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스타트업이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에너지까지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중금속 흡착제 제조 및 산업 자동화 설비 개발기업인 이에스피(대표 공형진)는 중금속 흡착제를 활용한 2차전지 재활용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2차전지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폐배터리를 방전시켜야 한다. 방전기를 설치해 배터리에 남은 잔류 전류를 없애는 방식이다. 하지만 방전기는 1억원을 넘는 고가인 데다 방전기를 돌리기 위해선 전기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장비 구입은 물론 에너지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 회사는 방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폐배터리의 잔류 전류를 없애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수 용액을 넣은 전해조에 폐배터리를 넣어 방전시키는 방식이다. 히트펌프를 활용해 전해조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전해조의 온도가 높아지면 배터리 방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방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해조 안에서 배터리에 구멍을 뚫어 전해액을 주입해 방전 속도를 높인다. 방전기를 사용해 잔류 전류를 없애려면 평균 6시간에서 8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전해조를 활용한 시스템을 적용하면 처리 시간을 2시간 이상 당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은 인위적으로 배터리를 방전시킨 뒤 파쇄한다. 이후 건식공정을 통해 배터리에 있는 니켈과 구리 등의 금속을 추출한다. 이후 염산과 황산 등을 사용하는 습식공정으로 리튬, 망간, 코발트 등을 추출한다.

이 회사는 건식과 습식공정이 아닌 전해조에서 배터리를 파쇄해 철과 알루미늄 등 금속 및 비금속 물질을 1차로 추출한다. 특수 분리막을 통해 니켈, 코발트, 리튬도 걸러낸다. 기존 방식에서는 추출이 불가능한 폴리에틸렌(PE) 같은 플라스틱 소재까지 추출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중금속 흡착제를 전해조에 넣어 카드뮴, 납, 크롬, 수은, 아연 등 중금속을 걸러낸다. 일반 습식공정에서는 염산과 황산 등 강산을 활용해 중금속을 녹이기 때문에 폐수가 발생한다. 이 회사이 전해조 시스템을 활용하면 폐수가 발생하지 않아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공형진 대표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폐배터리 파쇄 시 분진이 나지 않고, 폐수도 발생하지 않는다”며 “폐배터리에 들어간 금속의 회수율을 높이고, 환경오염까지 억제하는 시스템을 적용해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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