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달 24일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대신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한은이 치솟는 물가와 원·달러 환율에 대응해 이달에 이어 다음달 연속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가 끝난 뒤 ‘이번 유동성 국면에서 빅스텝을 위한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통화정책의 기본 전제가 바뀐 것은 아니다”며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에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소비와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가 퍼지고 있다. 다음달 2일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입장 변화가 나타나면 한은 역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 한은 금통위에서도 빅스텝에 ‘반기’를 든 금통위원이 7명 중 2명이었다. 강민주 ING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에서 성장을 지원하는 쪽으로 천천히 이동하는 것을 시사할 수 있다”며 금통위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역시 26일 내놓은 ‘대내외 여건 변화와 향후 물가 흐름’ 보고서에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은은 “내년 국내 성장세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돼 근원물가 오름세가 다소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1년8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전산업 BSI는 76으로 전달보다 2포인트 내렸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국내 자금시장 경색도 무시 못 할 변수다. 이 총재는 이날 시중은행장들과 만찬 회동을 하고 자금시장 상황을 논의했다. 한은은 27일 금통위 정기회의를 열고 채권시장 안정 방안의 일환으로 은행채 등 적격담보증권 확대와 은행 간 차액 결제 담보비율 인상 연기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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