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둔화, 빅테크 실적악화…고개드는 Fed 속도조절론

입력 2022-10-26 18:20   수정 2022-10-27 02:35

주택 가격 상승세 둔화와 소비 위축, 기업 실적 악화 등 미국의 경기침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40여 년 만에 최악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린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긴축 속도와 수위를 조절하는 이른바 ‘피벗(정책 방향 수정)’ 가능성이 Fed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Fed가 11월에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겠지만 12월엔 0.50%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기대다.
꼬꾸라지는 美 경기 지표

미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3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S&P다우존스인덱스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3% 올랐다. 전월 증가율(15.6%)에 비해 2.6%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1987년 후 가장 감소폭이 크다. 크레이그 라자라 S&P다우존스인덱스 상무는 “미국의 주요 20개 도시 모두에서 상승세가 둔화했다”고 말했다.

대표 기업들의 실적도 시원찮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 3분기 매출 690억9000만달러(약 99조59억원), 주당 순이익은 1.06달러(약 1518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추정치에 못 미쳤다. 경기침체 우려로 광고주들이 디지털 광고 지출을 늘리지 않은 탓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체 실적은 월가 예상에 부합했지만 클라우드 매출이 3분기 35%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36.9%)보다 낮았다. 이 여파로 알파벳과 MS는 시간외거래에서 6%대 하락세를 보였다. 26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하락 출발했다.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에 미국 국채금리가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8월 연 2.6% 정도였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연 4%대로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이날 “미국 재무부가 국채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20여 년 만에 시장에 개입해 국채를 사들이는 ‘바이백’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지난 15~21일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금리가 전주보다 0.22%포인트 오른 연 7.16%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2001년 이후 최고치다.
커지는 Fed의 고민
8월 잭슨홀 미팅 이후 ‘일시적인 경기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보인 Fed 내부에서도 경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정책 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려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속도 완화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도 “금리 인상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는 전략도 이점이 있다”고 했다.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쳤다는 분석도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싣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7일 발표되는 미국 3분기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을 2분기의 절반 수준인 1% 정도로 예상했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8.2%로 8월(8.3%)보다 둔화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기준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에서 Fed가 12월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51.8%로 전날 43.1%보다 높아졌다. 반면 0.75%포인트 인상은 전날 54.9%에서 45.8%로 떨어졌다. 폴 젬스키 솔루션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 둔화를 보고 있는 Fed가 최소한 시장 전망 이상으로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긴축 속도를 늦추면 다시 인플레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만큼 Fed의 방향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하다. 대니얼 핀토 JP모간체이스 대표는 “더 완화적인 통화 정책으로 조기에 돌아서는 것은 1970~1980년대와 같은 실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신영/이고운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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