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근' 국정원 기조실장 면직…대통령실이 통보

입력 2022-10-26 18:10   수정 2022-10-26 23:38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조상준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 당일 면직됐다. 대통령실은 “일신상의 이유로 스스로 물러났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사유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국정원 “사임 이유 밝힐 수 없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국정원에서 열린 국정감사 중간에 한 브리핑에서 “국정원장이 어제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조 실장의 면직 관련) 유선 통보를 직접 받았다”며 “구체적인 면직 이유에 대해선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국정원에서 밝힐 수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 실장이 지난 25일 일신상의 사유로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고, 대통령이 이를 수리했다”며 “면직 날짜는 오늘(26일)”이라고 했다. 후임 기획조정실장은 김남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검사는 2020년 동부지검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관련 수사를 지휘하다가 그해 8월 검찰 정기인사 후 개인적인 사정을 들어 검찰을 떠났다.

조 전 실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검찰에서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혔던 인물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 때는 대검 형사부장으로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검찰을 나온 이후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 관련 수사를 받는 김건희 여사를 변호하기도 했다.

조 전 실장은 지난 6월 국정원의 2인자로 인사와 예산을 관장하는 기조실장에 발탁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선 당시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처럼 국가안보를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윤 대통령의 개혁 구상을 실현할 적임자라는 얘기도 있었다. 이런 측근 인사가 국회 국정감사 당일 돌연 면직되자 “사실상 경질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았다.
◆국정원 인사문제 놓고 내부 충돌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정감사 개시 직전 사의를 표명했다는 TV 속보에 저도 깜놀(깜짝 놀랐다)”이라며 “인사 문제로 (김규현) 원장과 충돌한다는 풍문은 들었지만 잘 모르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한 방송사는 이날 여권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조만간 있을 (국정원) 핵심 보직 인사를 두고 김규현 원장과 조 전 실장의 의견이 크게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조 전 실장이 인사 문제를 놓고 김 원장과 갈등을 벌였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윤 의원은 국감 종료 후 브리핑에서 “김 원장이 ‘항간에 떠도는 인사 갈등 때문이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인사 갈등은 없다. 그런 사안은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실장이 비리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냐’ ‘항간에 퍼진 음주와 관련된 내용이냐’고 물었을 땐 “모른다고 답했다”고 부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과 방위사업청 재직 당시 비위 혐의 등이 확인됐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런 의혹에 대해 “개인적인 사유라는 사실 외 더 이상 알고 있지 못하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8월엔 대통령실에서 신인호 국가안보실 2차장도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퇴했다.

좌동욱/김동현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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