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연례 핵방어 훈련을 시작하자 러시아가 대규모 핵전쟁 훈련에 돌입했다. 러시아가 핵 훈련에 나선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 19일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어떤 핵무기도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장을 날렸지만,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관한 가운데 탄도 및 순항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러시아는 매년 10월 말 그롬 훈련을 해왔다. 앞서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러시아로부터 그롬 훈련에 대해 통보받았느냐’는 질문에 “통지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이전에 설명한 대로 그롬은 러시아가 연례적으로 하는 일상적 훈련”이라며 “현재까지 러시아는 투명하게 공지해야 하는 의무를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과거 그롬 훈련 때 ICBM을 발사한 전례가 있다. 지난 2월엔 러시아 남북부와 흑해 등에서 ICBM과 SLBM도 발사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 맺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에 따라 러시아는 미사일을 발사할 때 미국에 사전 통보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러시아가 NATO의 연례 핵억지 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을 핑계로 도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NATO는 14일부터 30일까지 스테드패스트 눈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벨기에 주관으로 14개국이 참여했으며 미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도 투입됐다.
25일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핵무기 배치를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러시아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것이 거짓 깃발 작전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아주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가 휴전 협상에 임하도록 촉구하라고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하던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11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이면서 논란이 확산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제조된 첨단 지대공미사일시스템 ‘나삼스(NASAMS)’ 2기가 우크라이나에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 측은 2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2주 전에 미국 정부에 전달한 NASAMS가 우크라이나에 배치되고 있다”고 했다.
사거리가 160㎞ 이상인 NASAMS는 미사일과 항공기를 모두 요격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모두 8기의 NASAMS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예정이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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