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스님 "소외되고 불공정에 처한 사람들 찾아가겠다"

입력 2022-10-27 17:35   수정 2022-10-28 00:59

“지금까지 스님들이 수행에 전념하다 보니 사회적 문제에 대한 소통이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는 사회와 더 가까이 소통해야 합니다.”

27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사진)은 취임 한 달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잘나가고 잘사는 사람보다 힘들고 불공정에 처한 이들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올해 8월 총무원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당선됐다. 1994년 총무원장 선거제도 도입 이후 첫 무투표 당선이었다. 총무원장 업무는 이달 5일부터 시작했다. 지난달 진우 스님은 총무원장 당선인 신분으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찾아 “더 이상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여성과 취약계층을 위한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날 진우 스님은 ‘소통’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불교계 신뢰를 뒤흔든 봉은사 폭행 사건의 징계가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사안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종무원, 스님들과의 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봉은사 폭행 사건은 8월 조계종의 한 노동조합원이 봉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종단 실세인 자승 전 총무원장을 비판했다가 봉은사 스님 등에게 폭행당한 일을 말한다. 피해자는 유튜브 등에서 스님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다가 올해 2월 해직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 해고’ 판단에 따라 최근 복직 처리됐다.

임기 내 해결할 과제로는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꼽았다. 현재 국립공원 내 일부 사찰은 국립공원 입구에 매표소를 두고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다. 불교계는 문화재, 사찰의 전각 관리를 비롯해 사찰 주변의 소유 부지인 ‘사찰림’을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본다. 하지만 ‘문화재도, 사찰도 보지 않고 등산만 하는데 왜 관람료를 내야 하느냐’는 불만도 많다. 진우 스님은 “사찰 문화재가 지금까지 전승된 건 스님들의 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스님들이 문화재를 보호 전승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라도 국가에서 보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일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높이 약 5m, 무게 약 80t에 달하는 이 거대한 석불상은 통일신라 때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경주 내남면 노곡리 산에서 앞으로 꼬꾸라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불상의 얼굴과 지면 사이 틈은 5㎝에 불과하다. 조선 명종 12년인 1557년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불상이 넘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진우 스님은 “작년 11월 현장을 갔는데, 보는 순간 ‘아이코, 이거 큰일 났다. 이대로 두는 건 부처님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가능하면 빨리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크레인으로 불상을 들어 올리는 방법, 지상에서 유압으로 밀어 올리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다.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일이 국민들이 전통 문화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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