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다가 실패한 일양약품의 김동연 대표는 지난 20일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의원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GC녹십자는 한 여당 의원으로부터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에 든 세금을 토해내라는 핀잔을 들었다.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과 함께 주가 조작범이라는 누명까지 뒤집어썼다.
국회의 비판은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때 신약 개발에 나선 일부 제약사는 “정부가 특정 회사에 환자를 몰아주느라 나머지 기업엔 환자 배정도 안 해준다”고 답답해했다. 일양약품도 그런 경우다. 임상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차례 당국의 문을 두드렸지만 거절당했다. ‘신약 개발 시늉만 냈다’는 일부의 비판에 펄쩍 뛰는 이유다.
GC녹십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 회사가 개발에 뛰어들었던 코로나19 혈장치료제는 변이가 많은 바이러스엔 효과를 내기 어렵다. 하지만 GC녹십자는 정부와의 협의 끝에 개발을 시작했다. 게다가 개발 중단 후 남은 지원금 20억원은 모두 반납했다. 업계 관계자는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제약사를 비난하면 앞으로 누가 신약 개발에 나서겠냐”고 토로했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10% 정도다. 90%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후보물질을 발굴해도 최종 허가까지 10년 넘게 걸린다.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간다. 이 때문에 개발 도중에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포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세계 제약·바이오산업 중심지로 꼽히는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에선 ‘실패’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물론 팬데믹 기간 모든 제약·바이오 기업이 옳은 선택을 한 건 아니다. 일부는 주가 부양 목적으로 코로나19에 편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실패했다는 사실만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제약사의 본분은 국민의 생명 건강에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를 내놓는 것이다. 이들의 도전이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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