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동산 거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한 것은 금리 급등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채권시장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집값 추가 하락과 금융 부문으로의 리스크 전이를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위해 규제지역 해제,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 방안 등 추가 대책도 올해 안에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15억원 초과 주담대 풀리지만…
10·27 부동산 거래 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금융 규제 완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가 풀린다.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에서 처음 도입된 이 규제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금융권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게 핵심이다. 고가 주택 투기 수요를 차단해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였지만 오히려 15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 가격 급등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일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투기지구·투기과열지구 내 무주택·1주택자에 한해 ‘15억원 초과 주담대’를 허용하기로 했다.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고 담보인정비율(LTV)은 50%가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은행업감독규정 개정 등을 거쳐 내년 초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본인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가 제한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은 그대로 지켜야 하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규제지역 내 집값에 따라 20~50%로 차등 적용되던 무주택자 LTV는 내년 초부터 50%로 일원화된다. 또 9억원 이하 주택에만 허용돼 왔던 중도금 대출은 12억원 이하 주택으로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초 일반 분양될 둔촌주공 재건축 전용면적 59㎡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더라도 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주택금융공사는 곧바로 은행 전산 연계 등 작업에 착수해 이르면 연말께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청약 당첨자의 기존주택 처분 기한도 오는 12월부터 연장된다. 그동안 투기과열지구 등에서 청약 당첨된 1주택자는 입주 가능일 이후 6개월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2년 내에만 처분하면 된다. 주택공급규칙이 개정되는 12월부터 시행되지만 국토부는 대책이 발표된 27일 이후로 소급 적용해줄 방침이다.
○규제지역도 추가 해제
국토부는 다음달 중으로 투기과열지구(39곳)와 조정대상지역(60곳) 해제도 추진한다. 지난 9월 조정대상지역 101곳 중 41곳, 투기과열지구 43곳 중 4곳이 해제됐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추가 해제에 나서는 것이다. 최근 집값 하락폭이 가파른 경기지역 일부가 해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리면 청약 규제와 함께 LTV·DTI 등 금융 규제가 완화되고,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 부담도 줄어든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이번 조치는 집을 사고파는 구매층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이번 대책의 효과가 당장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양도세를 일정 기간 면제해주는 등 파격적인 조치가 나와야 미분양도 해소되고 기존 거래 시장에도 온기가 돌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이혜인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