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와 산학협력을 위해 방한한 패트릭 비거 독일 엠브라운그룹 최고경영자(CEO·사진)는 28일 “2차전지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최신 산업 트렌드를 이끄는 첨단 기술들이 한국에서 탄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엠브라운그룹은 공정 환경 최적화 솔루션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기업이다. 연 매출 1조원의 독일 인두스그룹 계열사로, 세계 120개국에 OLED, 센서, 태양전지와 관련한 연구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LG, 삼성 등을 비롯해 대학과 연구기관이 고객이다.
비거 CEO는 지난 27일 경기 수원의 성균나노과학기술원(SAINT)과 애플리케이션 랩 설립 협약을 맺었다. 엠브라운의 연구 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전체 설비 공정을 구축하는 연구실을 만드는 내용이다. 엠브라운은 유해 물질을 차단하는 용매 정제기와 글러브 박스 워크스테이션을 기증한다. 총 5단계에 걸쳐 1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는 “전사적으로 대학에 투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 시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엠브라운이 성균관대를 택한 것은 무연 친환경 태양전지 개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전일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팀은 지난해 화학 첨가물 대신 바이러스를 이용한 친환경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로 화제가 됐다. 이 전지는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광전 효율을 20.9%에서 22.3%로 높여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거 CEO는 “2차전지와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가운데 친환경적 전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될 페로브스카이트 전지 연구는 학계뿐만 아니라 기업,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엠브라운의 장비는 무연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에너지 소자와 센서,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사용될 예정이다. 회사는 장비를 제공하는 대신 빅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연구 과정에서 불편한 점과 애로사항, 문제점을 보고받고 제품 성능 개선에 활용하는 것이다.
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방식은 글로벌 기업들이 수십 년 전부터 내세운 전략이다. 독일 바스프도 수원 성균관대 캠퍼스 내에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고 차세대 OLED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비거 CEO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오히려 연구개발비를 늘리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장기적 관점에서 국내외 대학, 연구기관과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확대한다면 실증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사진=허문찬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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