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거래 절벽'이 계속되면서 집주인들이 팔기 위해 내놨던 물건을 전세나 월세 등 임대차 물건으로 돌리고 있다. 서울의 한 부동산 공인 중개 관계자는 "어차피 매물로 내놔도 문의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전세나 월세 등으로라도 돌려 세라도 받는 게 낫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했다.
31일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매매 물건은 5만7507건으로 한 달 전인 6만801건보다 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4만5198건으로 서울엔 4만건 대였던 매물은 지난 3월 5만214건(16일)으로 올라서더니 5월 6만284건(18일)으로 6만건을 뚫었다. 이후 7월엔 6만5988건(7일)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소폭 매물이 줄어들었다.
반면 전세나 월세 등 임대차 물건은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전날 기준 서울 전세 물건은 4만7604건으로 한 달 전인 4만12건보다 18.9% 늘어났고, 월세 물건도 같은 기간 2만3641건에서 2만7906건으로 18% 증가했다.
매물이 줄어드는 동안 임대차 물건이 늘어나는 이유는 극심한 '거래 절벽'에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전세나 월세로 돌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엔 매물로 내놔도 집을 사겠다는 문의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집주인들도 집이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전세, 월세 등이라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해 임대차 물건으로 내놓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매매든 임대차든 먼저 계약이 되는 쪽으로 추진해달라고 부동산 공인중개 사무소에 부탁하는 집주인도 있다.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처음에는 집을 팔기 위해 내놨다가 너무 연락이 없자 전세나 월세도 같이 내놓고 기다리는 상황"이라면서 "일단 매매, 전세, 월세로 다 내놓고 빨리 계약이 체결되는 쪽을 기다리는 집주인들이 꽤 있다. 매매는 거의 없어도 전·월세는 실수요자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까닭은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거래가 실종되다시피 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초 연 1.2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연 3%까지 치솟았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대출 금리도 덩달아 뛰자 실수요자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가 증가했다. 저금리엔 집을 사는데 부담이 덜했지만, 지금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고 몇 년 동안 집값이 오르다 요즘은 조정받는 점도 수요자들이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귀띔했다.
정부가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50%로 완화하는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강동구 상일동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있던 규제가 완화된 것이기 때문에 일부 지역이나 실수요자들에겐 도움이 되겠지만 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거래 절벽' 현상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한편 서울 집값은 수주째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집값은 0.28% 하락해 전주보다 낙폭을 더 키웠다. 지난 5월 마지막 주(30일) 이후 22주 연속 하락 중이다.
거래도 뜸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서울에서 발생한 매매 건수는 257건으로 전월(612건)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위축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95건에 비하면 약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임대차 거래도 마찬가지다. 이달 기준 서울 내 임대차 거래는 1만324건으로 전월(1만5180건)보단 약 5000건, 지난해 같은 기간 2만64건보다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실수요자들 심리도 얼어붙었다. 10월 넷째 주(24일)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75.4로 전주(76)보다 더 하락했다. 전세수급지수도 78.6을 기록해 전주(80)보다 낮아졌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워질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많단 뜻이다. 서울 내에선 집을 사겠다는 실수요자보다 팔겠다는 집주인이, 집에 들어가려는 세입자보다 임대차 물건이 더 많단 뜻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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