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시작으로 날개 없는 선풍기, 고성능 헤어드라이어…. 1993년 작은 창고에서 출발한 영국 가전기업 다이슨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주요 제품이다. 다이슨은 지난해 매출 35억파운드(약 5조7576억원)를 올렸다. 삼성전자·LG전자 최고경영자(CEO)도 “다이슨만큼은 정말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한결같은 반응이다. “다이슨은 뭘 어떻게 내놓을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이슨이 헤어기기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16년부터다. 청소기에 쓰던 디지털 모터 기술을 활용해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를 출시했다. 이후 ‘에어랩 스타일러’ 등 과도한 열 손상 없이 모발을 건조하면서 스타일링할 수 있는 각종 기기를 선보였다.
헤어기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데엔 ‘기술 엔지니어의 핵심 업무는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다이슨 창업주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모으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기술을 찾다 보면 ‘모두에게 필요한, 갖고 싶은 새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제품력이 좋으면 가격이 비싸도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생겨나, 매출은 덤으로 생긴다는 논리다. 다이슨의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 가격은 4만~5만원대인 테팔, 필립스 제품보다 10배가 넘는 50만원대다.
다이슨이 기업을 시장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런 ‘무모함’을 이어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다이슨 지분은 100% 다이슨 창업주와 그의 가족이 보유하고 있다. 단기 이익을 원하는 주주의 목소리가 개입하면 다양한 R&D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가 빛을 본 것은 1993년. ‘다이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영국에 자체 공장과 연구실을 갖춘 기업을 세워 제품을 출시했다. 공기를 빠른 속도로 회전시켜 먼지를 분리해내는 사이클론 원리를 청소기에 적용한 것이다.
다이슨 창업주는 평소 자신을 ‘창업주’라고 부르면 “수석엔지니어나 기술자로 불러달라”고 말한다. 그만큼 기술 연구에 애정이 깊어서다. 그는 “기술 인재가 부족하면 발전 속도가 느릴 수 있다”며 “다이슨공과대학을 세워 기술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다이슨 직원 1만4000여 명 중 6000여 명이 엔지니어다. 엔지니어의 평균 나이는 26세. 대부분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분야 기술자다.
2019년 중단을 선언한 전기차 프로젝트는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뜻을 내비쳤다. 당초 다이슨은 지난해 출시를 목표로 약 3조원을 투입해 전기차 개발을 추진했다. 일명 ‘다이슨카’에 시장도 주목했다. 하지만 “환상적인 차를 개발했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사업을 접었다. 다이슨 창업주는 ‘전기차 사업에 다시 뛰어들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아직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해볼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전기차 사업으로 돈을 버는 기업은 아직 없고, 대부분 잃고 있다”며 “배터리 비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가 평소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다. 다이슨 창업주는 “실패의 위험을 감수해야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며 “모두가 놀랄, 다양한 유형의 제품을 ‘무모하게’ 계속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맘스베리=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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