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은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2017년 하반기 공공 부문에 전면 도입됐다. ‘차별 금지’ ‘약자 보호’ ‘기회 균등’이 취지였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들에도 권유하고 싶다”며 민간 기업까지 다그쳤다. 하지만 공정이란 명분 아래 기계적 평등을 적용해 ‘한국형 갈라파고스 규제’를 만든 게 실상이다. 해외 주요 국가 중 공공부문 채용에 지원자의 출신 학교, 전공, 학점 정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경우는 없다. 지원자가 인종이나 성, 외모 차별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할 뿐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군까지 깜깜이로 뽑아대니 경쟁력 저하는 불문가지다.
학교와 학점 등을 완전히 배제하는 채용이 오히려 ‘노력의 가치’를 무시하는 불공정이자 역차별 아닌가. 학력은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도록 하니 ‘외모와 말솜씨가 스펙’이라며 취준생을 위한 사교육 시장이 커진다. 신(新)음서제 등 채용 비리를 막기 위해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는 것도 본말전도다. 채용 비리는 청탁금지법을 적용하거나 채용 비리 처벌법을 제정해 막아야지 깜깜이 채용을 동원할 일이 아니다.
인사의 핵심 원칙인 적재적소는 선발기관 자율에 맡기는 게 맞다. 정부는 당장 공기관 성격과 직무별 특성에 따라 자율 채용이 가능하도록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과 ‘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지침’ 개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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