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닮은꼴 거리 日에도 있다…"압사 비극 남 일 아니다"

입력 2022-10-31 06:46   수정 2022-10-31 06:51


우리나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 소식을 접한 일본에서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핼러윈에 인파가 몰리는 일본 시부야에도 사고 발생지와 유사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 ANN의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시부야의 유명 거리인 스페인자카(スペイン坂)의 폭은 압사 사고가 일어난 이태원 골목길과 유사하다. 스페인자카는 롯폰기와 주일 스페인대사관을 잇는 100m 남짓의 언덕길이다. 스페인자카의 너비는 4m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 비극적인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길의 폭은 4m, 길이는 45m다. 스페인자카는 유명 상점과 레스토랑, 카페 등이 밀집해 있어 시부야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밤에 인파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스페인자카 인근의 건물을 관리하는 카와이 히로아키는 ANN과의 인터뷰에서 이태원의 비극에 대해 “시부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사람이 몰려 움직이기가 어려우며, 특히 핼러윈 당일인 31일에는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핼러윈을 하루 앞둔 30일 일본 경찰과 행정 당국은 시부야 경비를 강화했다. ‘DJ 폴리스’로 불리는 경찰은 차량에 올라가 사람들이 갑자기 멈추지 않도록 권고하면서 질서를 유지했다. 이태원 사건을 참고해 좁은 길에 사람이 몰리지 않도록 하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핼러윈 당일인 31일에는 경찰관 350명 가량을 시부야에 배치할 예정이다. 시부야는 핼러윈에 인파가 몰리는 대표적 지역이다. 앞서 시부야구는 지난 28일부터 다음달 1일 오전 5시까지 일부 지역에서 야간 노상 음주를 금지하고, 31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주류 판매 자제를 요청했다.

일본인들은 2001년 7월 효고현 아카시 시에서 불꽃놀이를 보기 위한 인파가 몰려 11명이 사망하고 247명이 다친 사건을 떠올리며 이태원 참사에 애도를 표하고 있다. 당시 사망자 11명 중 9명이 9세 이하의 어린이였다.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무로자키 마스테루 효고현립대학 명예교수는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군집 눈사태’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군집 눈사태는 밀집한 사람들이 마치 눈사태처럼 넘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무로자키 명예교수는 군집 눈사태의 원인에 대해 “1㎡의 좁은 공간에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몰려, 스스로 서 있지 못하고 서로에게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틈새가 생기면 순식간에 눈사태가 일어난 듯 사람들이 쓰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군집 눈사태 현상을 예방하려면 과밀해지지 않도록 적당히 인파가 분산돼야 하며, 일정 간격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이 사건을 계기로 2005년 ‘혼잡 경비’라는 법 조항을 만들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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