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적 경제난국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가

입력 2022-10-31 07:08   수정 2022-10-31 07:09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도화선으로 세계 경제는 급속하게 냉각됐었다. 세계 경제가 1920년대와 같은 대공황으로 발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벤 버냉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수장은 통화량 무제한 발행이라는 처방전을 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여타 선진국들도 같은 방법을 채택했다. 그러다가 경기침체가 어느 정도 안정 기미를 보이자 일본을 제외한 미국, EU 국가들의 중앙은행은 통화량 증발을 멈추고 금융 기능 정상화를 추진했다. 특히 미국은 지금까지 채택해 오던 저금리 상태를 지양하고 조심스럽게 금융의 자율기능 회복을 도모했다.

이러한 와중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이 발생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 에너지와 식량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 지금의 고물가·고유가 시대가 초래됐다. 거기에 더해 미국은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2조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 임금의 급등 현상마저 나타나며 고물가를 한층 가속화해 8~9%대의 물가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미 FRB는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급격한 금리 인상(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해 고금리 시대가 조성됐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특히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상 국제에너지 가격 급등은 곧바로 한국의 물가를 상승시켰다. 특히 미국 금리 상승으로 달러 가치가 급등해 이중으로 물가 인상률을 높이는 실정이다. 이에 한국은행 총재 주도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한국의 물가 인상률은 5% 대로 미국의 절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자율을 미국 수준으로 높이려 하고 있다.

금통위가 금리를 미국 수준으로까지 높이려 하는 데에는 물가 억제 목적에 더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화 자금이 대대적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목적도 강하게 내포돼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렇게 높아진 금리는 한국경제가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운 수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지난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최저임금 급등으로 많은 자영업자들 부채가 크게 늘었고, 소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가계 부채도 급증한 상태다. 급격한 금리 상승은 적지 않은 가계와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들을 파산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지적할 점은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화 자산의 이동이 미국 금리에 의해서만 결정되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과 한국 간 금리 차이에도 많은 영향을 받지만, 동시에 한국경제의 안정성·성장성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아 국제 분업 구조에 편입돼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국가다. 이러한 국가는 해외 자본이 무역 및 경상수지 흑자나 적자 규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1997년 한국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를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 한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자 부도 위험을 느낀 외국 자본은 높은 금리에도 마치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갔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 수출품의 국가경쟁력 강화야말로 금리 인상 이상으로 외화의 해외 유출을 막는 방책임을 알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0월22일 보도를 보면 한국의 10년물 금리가 4.632%인데 비해 한국 수출품의 제1경쟁국인 일본은 0.2486%이고 주요 경쟁국인 중국과 대만이 각각 2.7176%와 1.860%다. 국제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인 자본의 가격에 있어 우리나라가 이들 경쟁국보다 월등히 높고 그만큼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이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엔화가 급락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런데 외화 유출이 금리로만 결정된다면 한·일 간 차이가 크므로 양국 환율 차이가 매우 커야 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본의 경우 지금은 한국에 비해 국제경쟁력이 크게 높은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지속해온 높은 수출경쟁력과 이에 따른 흑자 축적으로 국내외에 상당한 외화 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그만큼 국가부채 상환능력 면에서 국가경제 안정도가 높아 한일 간 이자율 차이만큼 환율 차이가 나진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한국의 금리 정책은 미국 금리에 따라 결정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한국이 처한 경제적 조건에 적합하게 책정하는 것이 국가 이익을 지키는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국 경제는 첨단기술 산업은 발전했지만 거대한 러스트벨트(미국 제조업의 호황을 구가했던 중심지였으나 제조업 사양화 등으로 불황을 맞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일반 제조업은 약하다. 그에 비해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크고, 국제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인 금리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민경제라는 점도 금리 결정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한국경제는 과거에 비해 국제경쟁력이 크게 높아졌으며 외화 보유고도 적지 않아 국제 경제의 파고에 크게 위험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국제 경제의 전개 여하에 따라 급작스럽게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 개연성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외의존적 한국경제로서는 지난날 IMF 관리체제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해서든 경상수지 적자는 초래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물가를 안정시키는 하나의 방법으로 크게 하락한 원화 가치를 높이려고 할 때도 국내 부채 증가를 각오하고서라도 적정 수준의 외화 보유고는 확보해야 한다. 외화 부족으로 1997년 당시 대량 실업과 기업들 줄파산으로 많은 가계가 파괴됐다. 다시는 그같은 불행한 경험을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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