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주요 가계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를 돌파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가계대출 금리 상단이 올해 연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저금리 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내집 마련에 나선 서민은 물론 전세대출을 많이 받은 20·30대의 이자 상환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채 금리 상승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도 끌어올린다. 은행이 조달하는 자금 비용을 지수화한 코픽스엔 예·적금 금리와 금융채 등이 영향을 미친다.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연 3.40%로 한 달 전(연 2.96%)보다 0.44%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7월(연 3.40%) 후 10년2개월 만의 최고치다.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7.35%에 이른다.
주담대 금리가 오르면 빚을 내 집을 산 중산층과 서민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연 3% 금리로 5억원의 변동금리 주담대(30년 만기·원리금 균등상환)를 받았다면 월 이자액이 210만원이었는데, 1년간 코픽스 상승분(연 0.95%→3.40%)만큼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월 이자가 282만원으로 껑충 뛴다. 연간 이자 부담 증가액은 864만원에 이른다. 코픽스에 영향을 받는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치솟고 있다. 최고 연 7.10% 수준인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 상단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세대출의 94%가 변동금리형이어서 이자 부담 급증과 함께 부실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금리가 더 낮은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으려면 상대적으로 금리 상승분이 늦게 반영되는 신(新)잔액 코픽스에 연동된 대출 상품이 유리하다. 9월 기준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연 2.52%로 신규 취급액 코픽스(연 3.40%)에 비해 낮다. 전월 대비 변동 폭도 신잔액 코픽스가 0.25%포인트로 신규 취급액 코픽스 상승폭(0.44%포인트)에 비해 완만하다. 지난달 24일 기준 국민은행 주담대 변동금리는 신규 코픽스가 연 5.09~6.49%인 데 비해 신잔액 코픽스는 연 4.39~5.79%로 금리가 0.70%포인트 더 낮다. 단 금리 하락기에는 반대로 신잔액 코픽스의 금리가 더 천천히 떨어지기 때문에 신규 취급액 코픽스보다 불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5대 은행에서 주로 대출을 받는 신용점수 851~1000점, 3개 구간 차입자의 지난 9월 분할상환 방식 주담대(만기 10년 이상) 금리가 가장 낮은 은행은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은 신용점수 851~900점 구간의 주담대 평균 금리가 연 4.65%로 집계됐다. 이어 하나(연 4.99%) 신한(연 5.0%) 농협(연 5.07%) 우리(연 5.18%) 순이었다.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신용점수 951~1000점 구간에서도 국민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연 4.56%로 신한(연 4.87%) 하나(연 4.91%) 농협(연 5.10%) 우리(연 5.14%)에 비해 낮았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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