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옥 bhc그룹 대표가 개점을 하루 앞둔 '슈퍼두퍼 강남점'에서 출사표를 던진 31일 길 건너 '굿스터프이터리' 강남점은 영업 종료 채비에 나섰다. 두 매장의 직선거리는 100여 m 남짓에 불과하다.
올해 5월 문을 연 굿스터프이터리 매장 문에는 이날부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공지문이 붙어있었다. 이날 오후 방문 당시 매장은 점심시간을 맞아 고객들로 붐볐지만 개점 초기 푸른색 채소로 꽉차있던 스마트팜 공간이 듬성듬성 빈 모습에 다소 휑한 분위기였다.
서울 신논현역을 둘러싸고 벌어진 강남대로 상권 '프리미엄 버거 대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치킨(bhc치킨)으로 시작해 지난해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인수로 사세를 확장한 bhc그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름난 '슈퍼두퍼' 매장을 다음달 문 연다. 내년에는 고가 햄버거로 잠실 화제를 낳은 '고든램지 버거'도 인근에 점포를 낼 예정이다. 반면 올해 5월 문을 연 '굿스터프이터리'는 문을 닫아 대조를 이뤘다.
bhc그룹은 다음달 1일 서울 서초구 신논현역 인근에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슈퍼두퍼'의 글로벌 1호점인 강남점을 오픈한다. bhc그룹이 신사업으로 햄버거를 점찍은 결과다.
미국이 아닌 지역에서의 첫 매장인 슈퍼두퍼 강남점에서는 버거 7종과 사이드 메뉴 4종 등을 선보인다.
가격대는 버거 단품 기준 8900~1만3900원으로 책정했다. 대부분 식재료를 현지와 동일한 규격과 시스템 적용을 위한 기술 제휴를 진행했다고 bhc는 소개했다. 미국 현지 브랜드와 같이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인정한 프로그램을 준수한 방목된 소의 '내추럴 비프'로 만든 패티, 브랜드 특유의 번(빵), 소스를 내세웠다.
강남점 매장은 복층구조로 총 120석 규모다. 버거와 다이닝을 접목시킨 인테리어로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MZ(밀레니얼+Z)세대 공략에 나섰다. 환율을 감안하면 미국 현지보다 메뉴 가격대를 낮춰 소비자 입맛 잡기에 나섰다.
김현민 bhc그룹 마케팅 이사는 "버거 단품 기준 15%가량 저렴하게 책정했다. 주력버거는 1만2900~1만3900원대 버거인 만큼 1인당 2만원 안팎 예산으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구성"이라고 귀띔했다.
bhc그룹은 슈퍼두퍼 추가로 총 7개 외식 브랜드를 갖추게 됐다.
임 대표는 "강남점에 이어 추가로 (슈퍼두퍼) 매장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글로벌 외식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한국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해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퍼두퍼는 강남역에서 신논현역까지를 일컫는 '강남대로 상권'에 자리잡고 있다. 해당 상권은 수제버거 유행을 재점화한 미국 동부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을 비롯해 주요 외식 브랜드들이 첫 매장을 여는 '핫'한 상권이다.
앞서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매장을 열어 인기를 끌고 있는 '고든램지 버거'(진경산업)의 캐주얼 버전인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도 내년 강남 상권에 둥지를 틀 예정. 최고 14만원짜리 버거로 입소문을 탄 고든 램지 버거는 영국 출신 유명 셰프 고든 램지가 2012년 론칭한 브랜드다. 진경산업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 요리사 고든 램지의 이름을 단 버거와 피자(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 매장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유치한 미국 버거 브랜드 ‘파이브 가이즈’ 역시 강남에 거점을 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에서는 점친다. '미국 3대 버거'로 불리는 파이브 가이즈는 내년 상반기 한국에 상륙한다. 1986년 미국 버지니아에서 시작된 파이브가이즈는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버거 설문에서 만족도 1위를 차지, 미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버거로 알려져 있다고 갤러리아는 소개했다. 주문이 들어오면 신선한 재료로 조리해 매장 주방에 냉동고, 타이머, 전자레인지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포화 상태인 국내 외식업계에서 수제 버거 시장은 성장성이 돋보이는 영역으로 꼽혔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3038억원에서 2020년 2조9636억원으로 28.6%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2020년 말까지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 점포 수는 10년간 평균 7.4% 늘었다.
그러나 업계에선 당분간 신규 사업자 진입 속 '옥석 가리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16년 1호점을 연 쉐이크쉑을 시작으로 꾸준히 국내외 수제버거 브랜드들이 늘어나 소비자 눈높이도 올라갔기 때문이다.
일례로 올해 5월 1호점 문을 연 굿스터프이터리는 이날 강남대로 상권에서 철수한다. 건설사 대우산업개발 자회사 이안GT는 단골이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이름을 딴 '프레즈 오바마 버거'로 유명한 굿스터프이터리를 국내에 들여왔다. 매장 스마트팜에서 매일 딴 신선한 채소로 만든 수제버거를 표방했으나 높은 가격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결국 매장 문을 닫게 됐다. 업계에선 국내 사업 철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안GT 관계자는 "굿스터프이터리 관련해 현재로선 추가 출점 등이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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