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를 한다. 상대방이 무엇을 낼지 잠시 고민한다. 알 수는 없지만 짧은 순간 머리를 굴린다. 회사에서 신제품을 내놓는다. 소비자 반응은 어떨지, 경쟁사는 어떻게 나올지 고민을 거듭한다. 인생은 게임이다.
가위바위보부터 회사 신사업까지 우리는 상대방의 행동을 예상하며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전략적 상황’에 처한다. 이런 상황에 놓인 경제주체들의 행동을 연구한 경제학 분야가 있다. 게임이론이다.
당신이 자백하고 공범이 부인한다면 당신은 무죄로 석방해 주고 공범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하겠다. 둘 다 자백하면 각각 징역 5년을 살게 하겠다. 둘 다 끝까지 부인하면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하겠다.
두 사람이 받을 징역형의 총량을 따져보면 둘 다 끝까지 부인해 1년씩 구형받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내가 부인했는데, 상대방이 자백한다면 상대방은 석방되고 나만 10년형을 받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그러느니 자백하는 것이 낫다. 자백하면 10년형을 받을 일은 없고, 운이 좋으면 석방될 수도 있다. 결국 두 용의자 모두 자백하고, 징역 1년씩만 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놔둔 채 5년형을 받고 만다.
범죄 용의자든 카르텔 기업이든 협조보다 배신이 유리한 전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의리를 지켰는데 상대방이 배신하면 내가 ‘독박’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적당히 손해를 보더라도 내가 먼저 배신하는 것이 낫다. 이처럼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든 나에게 유리한 전략을 ‘우월전략’이라고 한다.
단, 용의자의 딜레마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두 용의자가 서로 소통할 수 없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두 사람은 끝까지 자백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기업들의 담합이 종종 깨지지만 장기간 유지되기도 하는 것은 기업 활동이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카르텔을 지켰을 때 이득을 본다는 사실을 깨달은 기업은 배신보다 협조를 택할 수 있다.
공유지의 비극 역시 용의자의 딜레마가 낳은 결과다. 내가 공유 자원을 아껴 쓴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아껴 쓰리라는 보장은 없다. 남들이 다 쓰도록 내버려 두느니 나도 마음껏 쓰는 것이 낫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면 공유 자원은 바닥이 난다.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대장동 사건도 용의자의 딜레마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유력한 공범의 입에서 “내가 벌 받을 건 받고, 그 사람이 지은 죄는 그 사람이 받아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다른 용의자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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