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정부는 폴란드 원전 수주를 낙관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프랑스 업체와 맞붙었으나 가격 경쟁력과 시공 능력 면에서 객관적으로 앞선다는 평가였고 무엇보다 계약 직전 한국이 폴란드 정부와 대규모 방산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정부 간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원전 수출을 위해서라면 전용기도 내주겠다”며 전폭 지원을 약속했고, 9개 부처·20개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도 발족시켰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폴란드가 미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설명이지만 그렇게 간단히 넘길 문제는 아닌 듯싶다. 전쟁 위협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마땅히 포괄적 대응전략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실상은 곳곳이 허점투성이였다는 게 후일담이다. 특히 경쟁사인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현지 매체 보도를 보고야 알았다는 대목은 납득하기 어렵다. 평소 우리에게 ‘원전 동맹’ 등을 강조한 미국이 최종 수주를 따낸 것도 국제 경쟁의 냉혹성을 잘 보여준다.
윤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탈원전 폐기를 선언하고, 원전 생태계 부활과 신성장동력으로의 육성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원전 수주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세계는 바야흐로 ‘원전 르네상스’ 시대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에다 탄소중립 필요성까지 부각되면서 원전으로의 유턴이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17개국에서 53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번엔 실패했지만 원전 선도국인 한국에는 무한한 기회의 창이 열려 있는 것이다.
마침 폴란드에서 민간 발전사가 발주하는 최대 40조원 규모의 원전 사업이 추가로 시작된다고 한다. 한수원이 현지 업체들과 사업의향서(LOI)에 서명했다. 양국 정부도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원전 선도국은 말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전략을 통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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