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했다. 앞서 지난 6월 남미의 대표적 미국 우방국이자 보수 국가이던 콜롬비아 대선에서 게릴라 출신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당선된 데 이어 ‘핑크타이드(좌파 물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제난이 심해지자 분배를 중시하는 좌파에 표를 몰아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유럽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파 세력이 득세하고 있다.
1945년생인 룰라 전 대통령은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주(州) 농촌 출신으로 금속 노동자로 노동 운동을 펼치다 정계에 발을 들였다. 1980년 브라질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을 이끌며 인지도를 쌓았다.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2006년 재선에 성공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재임했다.
그러나 퇴임 후인 2018년 돈세탁·뇌물수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12년형을 구형받았으나 19개월 복역 후 2019년 말 석방됐다. 2021년 브라질 대법원이 그의 부패 혐의와 관련해 하급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해 재선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에서 교도소까지 갔던 룰라는 이번 승리로 놀라운 정치적 부활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1차 핑크타이드는 1999년에 시작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정권을 시작으로 중남미 12개국 중 10개국에서 좌경화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반(反)미 정서와 시장경제 실패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하지만 좌파 정권은 포퓰리즘 복지정책으로 인한 경제 성장 둔화, 부정부패 등으로 인해 몰락했다. 중남미·카리브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1년 4.4%를 찍은 뒤 2015년 0.5%까지 떨어졌다.
2015년 아르헨티나에서 우파 정권이 출범한 뒤 콜롬비아, 칠레 등 6개국에서 우파가 연달아 정권을 잡았다. 우루과이의 정치학자 안드레 말라무드는 “기대만큼 우파가 경제를 살리지 못하자 남미 유권자들은 포퓰리즘이라고 해도 당장 혜택을 주는 좌파를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복지 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에서도 10월 우파연합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온건당 대표가 총리로 취임했다. 극우 스웨덴민주당이 포함된 우파연합이 의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덕분이다. 프랑스에선 지난 4월 대선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이 역대 극우 후보 중 최다 득표율(41.5%)을 기록했다. 2개월 뒤 총선에서 89석을 확보하며 약진했다.
유럽에선 자국 우선주의가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유럽 각국이 자국을 우선시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가스 수입 금지 조치와 이민자 수용에 반발해 반(反)유럽통합을 내세운 우파 정당이 지지세를 확장하고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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