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사고 이후 대응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팩트 체크를 위한 전화 문의를 모든 조직이 회피한 게 그 방증이다. 경찰청, 서울청 등은 전화를 받아도 “관련 수치를 다루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경비, 폭력, 정보 등 경찰 내 조직은 물론이고 사고 대응을 위해 설치된 서울청 수사대책본부 모두 반응은 한결같았다. 모두가 작정한 듯 침묵했다.
수십 번의 전화를 돌린 끝에 경찰 관계자 한 명의 답을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기존 경찰 발표에 따르면 800명에서 200명으로 줄어든 것은 맞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의 말의 방점은 “800명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 단속을 위해 파견된 인원”이라는 것에 찍혀 있었다. ‘안전사고 대응 인원을 줄였다’는 프레임은 거부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혔다.
저녁 시간 나온 공식 발표는 한술 더 떴다. 이태원 핼러윈 대비 경찰 배치 인원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지역경찰 32명, 수사 50명, 교통 26명 등 총 137명이 동원됐고 지난해에는 지역경찰 31명, 형사 10명, 교통 17명 등 총 85명이 동원됐다는 내용이었다. 얼핏 보면 인원이 줄었다는 언론의 보도는 오보였다. 그러곤 뒤에 “아울러 방역 예방을 위한 경찰관기동대 3중대 별도 배치”를 첨언했다.
참사 전에 올해 200명을 동원했다고 발표한 것을 ‘셀프 부정’하는 모습은 차치하더라도, 굳이 지난해 배치 인원 85명과 기동대 3중대를 따로 기재한 것은 군색하다.
특히 올해 동원된 137명도 사실 안전 관리를 위한 경찰이 아닌 마약·성범죄 단속 인력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경찰의 이런 발표는 ‘눈속임’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사태가 벌어진 다음날 경찰은 “우리 책임 아니다”는 항변만 반복했다. 주최 측이 없어 경찰이 개입할 조건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게 ‘국가는 시민의 안전에 무한한 책임을 진다’는 경찰의 존재 의미보다 중요한 가치일까. 변명부터 앞세우는 경찰의 태도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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