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 국내 골프채 시장이 이랬다. 코로나19 덕분에 모든 브랜드가 초호황을 누렸다. 인기 클럽은 수개월을 대기해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올여름까지였다. 가을 들어 골프용품 시장은 바뀌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해외여행 등 ‘골프 대체재’가 다시 열린 데다 주식·부동산·코인 등 자산가치 급락, 금리 상승 등이 맞물린 여파다.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란 얘기가 골프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가 터진 뒤 새로 유입된 골퍼들의 클럽 장만 수요가 끝난 만큼 이제부터는 브랜드별 장단점과 신제품의 성능 등을 꿰고 있는 ‘골프 마니아’들을 잡아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강상범 핑코리아 부장은 “신제품을 사들이는 고객의 대부분은 기존에 핑 드라이버를 사용하던 골퍼”라며 “진짜 골프를 즐기는 ‘코어 고객’이 더 만족하게 만들어 이탈을 막는 것이 지금 시장에서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틀리스트는 피팅 서비스를 통해 ‘충성고객 붙잡기’에 나섰다. 타이틀리스트는 지난달 TSR 드라이버를 출시하며 약 20일에 걸쳐 피팅데이를 진행했다. 타이틀리스트 홈페이지 회원을 대상으로 신제품을 가장 먼저 피팅받고 자신에게 딱 맞춘 제품을 구매할 기회를 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선착순 1190명을 선발했는데 4시간 만에 마감됐다. 김현준 타이틀리스트 마케팅팀장은 “피팅데이 참가 고객의 90% 이상이 제품 구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즈노도 피팅으로 고객 이탈을 막고 있다. 미즈노코리아 관계자는 “올 들어 123회 피팅데이를 했다”며 “수도권에서만 진행했는데 광주, 세종시 등에서 찾아온 고객이 있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야마하는 무료 렌털이 무기다. 무료로 클럽을 체험한 뒤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리믹스 원정대’로 골퍼들을 공략하고 있다
골프용품 유통사 관계자는 “여름부터 클럽 판매량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며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확실히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용품 시장이 정점을 찍고 당분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골프용품 수요는 꾸준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한 번 장만하면 2~3년 사용하는 골프용품의 특성상 새롭게 유입된 골프인구의 클럽 장만이 일단락된 데서 온 감소세일 뿐 시장이 불황으로 접어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혜영 미즈노코리아 마케팅팀장은 “지난 2년간 이례적인 호황이 끝난 것이지 골프 이용 인구가 빠진 것은 아니다”며 “골프에 진심인 ‘진성고객’들을 붙잡기 위한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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