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를 두고 경찰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사전 대책 회의를 열고도 충분한 대응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에는 실시간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 대해선 경찰 내부에 아무런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것도 밝혀졌다. 경찰은 현장 일대의 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간담회에선 주로 마약·성범죄·방역 관련 단속, 주변 환경 개선 등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대규모 인파의 안전 관리에 대해선 일반적인 수준의 논의만 오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로 마약 단속에 관해서 논의했지만 안전 대책에 대해서도 분명 여러 이야기를 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이 사고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제대로 된 사전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은 참사 당일 총 137명(지역경찰 32명, 수사 50명, 교통 26명 등)을 배치했다.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린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인원이란 지적이다. 더군다나 배치된 인력들은 대부분 마약·성범죄 단속에 집중됐다.
경찰이 CCTV로 사건 당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CCTV는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대로변을 감시할 수 있게 설치됐다. 경찰은 용산구청에 경찰관 1명을 파견해 해당 CCTV로 도로 상황을 파악 및 분석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지점을 볼 수는 없지만 인파가 어느 정도 몰리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최 측이 없는 다중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의 관련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사고는 그런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국가 공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지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 여부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다. 이날 경찰은 “용산경찰서는 26일 오후 3시 회의에서 이태원 역장에게 다중운집 시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정차 통과를 결정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이를 적극 부인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그간 늘 (무정차 통과를) 요청해서 한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 당일) 요청이 전혀 없었고 (경찰의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사고와 관련된 SNS 영상물도 정밀 분석 중”이라며 “추가 목격자 조사와 영상 분석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이 참사 당시 사고 지점 윗골목에서 인파를 밀었다는 의혹과 인터넷에 유포된 관련 영상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명인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렸다는 증언과 관련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남 본부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범죄 혐의를 적용할 만한 대상은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구민기/강영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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