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가 상승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정유사에 이른바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8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불투명해지자 승부수를 띄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횡재세 도입은 의회 구조상 현실성이 낮은데다 오히려 원유 증산에 필요한 투자를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영국, 인도 등에서 도입된 횡재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수혜를 입은 석유 업계를 겨냥한 징벌적 성격의 과세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거둔 세금은 소비자들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석유 업계가 전쟁으로부터 폭리를 취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면서 혁신을 통해 창출하지 않은 초과 이익에 대해선 과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석유업체인 엑손모빌과 셸을 콕 집어 비판했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자사주 매입, 배당금 확대 등 주주 친화적 정책만 시행할뿐 유가 인하를 위한 증산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석유 업계는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최대 석유업체인 엑손모빌의 올 3분기 순이익은 197억달러(약 28조원)로 1년 전보다 3배 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셰브런과 셸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불어났다.
그러나 횡재세가 실제로 도입될 확률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상원에서 이 같은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는 60표가 필요한데, 민주당 전원 50명에 더해 공화당에서 10명의 찬성표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둔다고 해도 민주당 중도파 등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횡재세가 원유 증산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석유 업계가 세금을 내느라 원유 증산을 위한 투자를 줄이면 오히려 원유 공급이 감소해 유가가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이크 워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신규 투자를 억제하는 횡재세는 근시안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석유 업계에 대한 횡재세를 부과했을 때인 1980년대에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이 8% 감소하는 한편 해외 원유 수입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미 의회조사국 조사(2006년)도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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