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처럼 찾아온 상승장에서도 미국 배달업계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음식 주문 수요가 줄면서 배달업계 실적이 지난해만 못할 것이란 우려가 시장에 퍼져서다. 배달업계처럼 플랫폼에 기반한 기술주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1위 배달앱, 올해 주가 70% 하락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도어대시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전거래일 대비 7.50% 급락한 43.5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4일 세웠던 연중 최저치(43.06달러)에 근접했다. 지난달 S&P500 지수가 8% 오르는 새 이 회사 주가는 오히려 12% 줄었다. 연초(1월 3일) 대비 하락폭은 70%에 달한다. 도어대시는 지난 3분기 기준 미국 음식 주문 시장 점유율 56%를 차지한 최대 배달업체다.도어대시는 오는 3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시장 분위기는 비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이핏데이터에 따르면 도어대시의 평균 주문 액수와 주문 건수가 8~9월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지난 3분기 미국 음식 배달앱의 일일 평균 사용자 수도 전분기 대비 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적 부진 우려에 JP모간은 지난 31일 "온라인 음식 주문에 대한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부정적"이라며 도어대시의 목표 주가를 105달러에서 70달러로 낮췄다.
미국 시장 점유율 31%를 차지한 업계 2위 업체인 우버도 뉴욕증시에서 고전하고 있다. 우버 주가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3.38% 하락한 26.57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주가가 40%나 빠졌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차량공유 사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확장했던 음식 배달 사업이 지금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형국이 됐다.
CNBC에 따르면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던 식료품 배달업체인 인스타카트도 시장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장을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지난 3월 240억달러(약 34조원)로 평가됐지만 지난달엔 130억달러(약 18조4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우버의 차량공유 사업 경쟁자인 리프트의 존 짐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4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배달을 시켜) 30달러에 샐러드를 사먹을 일이 줄고 있다"며 "우버와 달리 음식 배달 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게 올바른 결정이었다"며 고 자평하기도 했다.
기술 우위 없으면 플랫폼 성장 한계
소비자와 서비스를 이어주는 플랫폼 사업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경제전문매체인 이코노미스트는 "배달(도어대시, 우버), 스트리밍(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맞춤형 광고(스냅, 메타)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계가 세 가지 함정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첫 함정으론 '사용자 수가 늘면 상품 가치도 오른다'는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맹신을 지적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사업 확장을 위해 고객 수 확대에 집중한 게 결과적으로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지리적 여건에 얽매이는 배달 업종은 네트워크 효과가 더 제한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술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도 플랫폼 업계에 악재다. 이코노미스트는 "비교적 단순한 상품과 무료 사용자 경험을 조합하는 사업모델은 자본만 충분하다면 후속 사업자도 쉽게 모방할 수 있다"며 "우버가 미국에서 리프트, 중국에서 디디, 동남아에서 그랩, 고젝과 같은 경쟁자와 맞붙은 상황이 그렇다"고 지적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분야에선 업계 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콘텐츠 투자를 늘리느라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사업 기반이 되는 플랫폼을 다른 업체에 의존한다는 점도 한계다. 우버, 페이스북 등의 앱 플랫폼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앱스토어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스포티파이는 아이폰을 통해 이뤄지는 결제액의 15% 이상을 애플에 수수료로 주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강경파가 안보를 이유로 애플과 알파벳을 압박하면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과점이 플랫폼 업계에 실존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