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최대 재개발사업지로 꼽히는 ‘한남2구역’을 두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 막판 대혈전을 벌이고 있다. 오는 5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양사가 총력전에 나서면서 올 들어 가장 뜨거운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AS 10년, 역대급 이주비 제시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2일 부재자투표를 거쳐 5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연다. 총조합원 수는 908명이다. 한남2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11만5005㎡ 용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아파트 30개 동, 총 1537가구(임대 238가구 포함) 규모 아파트와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일반분양이 391가구에 불과하고 다수 세대가 한강 조망이 어렵지만 한남 재개발 5개 구역 중 유일하게 초등학교를 끼고 있고,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이 가까운 입지가 장점으로 꼽힌다.수주전 과열로 양사 ‘공약’은 역대급이다. 양사 모두 아파트 및 단지 조경의 본사 직영 하자보수(AS) 기간을 10년으로 잡았다. 보통 신축단지의 AS 기간은 준공 후 2년이 일반적이다. 역대 최저 금리, 최대 폭(LTV 140~150%)의 이주비를 약속하는 등 역대급 금융조건을 내건 것도 같다.
명품 설계를 위해 글로벌 건축기업과 손잡은 것도 비슷하다. 롯데는 힐튼, 메리어트 등을 설계한 글로벌 설계 그룹 ‘HBA’, 스타 건축가 최시영 씨 등을 끌어들였다. 대우건설은 조경 디자인은 ‘STOSS’그룹, 아파트 외관설계는 해외 설계사인 저디(JERDE)에 맡긴다. 이명화 조합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사 모두 조합원에게 매우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 큐레이션 vs 이주비 지원
롯데건설은 유통 강자인 롯데그룹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롯데가 2년간 직영하면서 상권 특화에 공을 들이겠다고 나섰다. 신축 초기 부동산 중개업소 일색으로 채워지기 일쑤인 상가를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롯데시네마 3개 관, 롯데백화점 직영 식품관, 와인전문숍 보틀벙커 등의 유치를 공약했다. 분담금 100%를 입주 4년 뒤 내는 파격적 금융조건도 내걸었다. 롯데 측은 “자산 규모 120조원, 86개 계열사에 이르는 롯데그룹의 모든 역량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했다”고 설명했다.대우건설은 기본 이주비 법정한도인 담보인정비율(LTV) 40% 외에 추가이주비 110%를 지원해 총 ‘150%’의 이주비를 책임지고 조달하기로 했다. 최저 이주비는 10억원이다. 한남동 등 용산구 일대 신축아파트 전세가격 시세를 감안해 이주비 대여금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언덕 지형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단지 내 광장(1만1880㎡) 설계안도 선보였다. 6개 주동을 잇는 총길이 360m 스카이 커뮤니티인 ‘인피니티 스카이 브리지’로 압도적인 외관을 구현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딱지(입주권) 얻으려면 20억 있어야”
총회가 다가올수록 양사 경쟁은 최고조에 이르는 분위기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와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가 지난달 29일 합동설명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한 조합원은 “양사가 상대의 단점을 물어뜯는 상호 비방전이 벌어지면서 용산구청과 조합이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라고 전했다.양사가 ‘수주 올인’에 나서면서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보광동 A공인 관계자는 “입주 때 전용면적 84㎡를 받으려면 대지지분 33㎡가 넘는 빌라나 주택을 구입해야 한다”며 “매물이 드문 가운데 20억원 정도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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