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 이영덕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과 이원종 서울시장에 대한 김영삼 대통령의 문책성 경질이 단행됐던 일을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거취에 대해 조속히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고 의원은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최근 성수대교 붕괴 사고 기록을 찾아봤다고 밝히면서 "정부가 면밀히 따져보고 법리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는 건 경찰과 검찰의 수사에 따라 이뤄지겠지만, 지금 국민들과 제가 얘기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라는 것을 계속 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겨냥해 "사람들이 운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방치한 책임이 지자체장에게 있는 것"이라며 "용산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서울시에도 굉장한 책임이 있다. 오 시장은 눈물까지 보이면서 사과의 말을 했지만, 그것도 며칠이 지나서야 한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과 박 구청장의 거취 역시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 의원은 "재난안전관리법에 의해서도 자치단체장은 안전관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가 돼 있는데, 서울시가 사전 예방 조치를 적극적으로 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것도 보여지지 않고 있다"며 "(핼러윈) 행사 전 용산구에서 사전점검 회의 같은 것을 했는데 이걸 또 부구청장이 주재했고, 그 자리에는 서울시 관계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고 의원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금 누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 답은 윤석열 대통령이 내놔야 한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거취에 대해선 대통령께서 오늘이라도 입장을 정하셔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사태 수습 시기에 파면, 경질 등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평가도 있다'는 취지의 진행자 말에는 "추모해야 하고 애도해야 한다고 해서 그 원인을 무조건 다 뭉개고 가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왜 이 참사를 막을 수 없었는지에 대해서 명백하게 밝혀져야 애도와 추모가 가능하지 않겠나. 원인을 전혀 모르고 상황에서 무조건 추모만 하고 애도만 하라고 하는 건 오히려 입을 막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브리핑에서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또 윤 청장의 경우 참사 발생 전 인파 위험 우려가 담긴 시민들의 112 신고가 총 11건 접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늑장 대응' 비판이 일자 고개를 숙였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가 애도 기간 이후 이 장관과 윤 청장에 대한 경질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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