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광고 시장 한파가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 업체)를 덮쳤다. 광고 수익성이 떨어져 대형 기술 업체들이 줄줄이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메타가 최근 광고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애플을 비난하는 등 빅테크 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여기에 넷플릭스도 광고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 “광고 수익 수수료 받겠다”
경제 전문 매체인 CNBC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소셜미디어 운영업체의 광고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 같은 회사들이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앱 광고 수익을 얻게 되면 애플이 이 수익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게 주요 내용이다. 별도 결제가 아닌 광고를 거쳐 가는 수익도 그 일부를 확보해 앱 서비스 사업 매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메타는 이 규정에 즉각 반발했다. 메타 대변인은 CNBC에 “애플은 디지털 경제에서 기업들을 약탈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우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애플은 반박했다. 애플 대변인은 “수년간 애플의 ‘앱스토어’ 지침은 앱 내에서 디지털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할 때 앱 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광고 영역을 넓히기 위해 개인이나 단체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앱 내 결제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규정 개정과 함께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검색 시에만 나오던 광고 범위를 추천 탭 등으로 넓혔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업계와 애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애플은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올초 개인정보보호 방침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광고 시청자의 인적 특성을 파악하기 힘들어지면서 소셜미디어 업체들은 맞춤형 광고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경기 침체 우려로 광고주들이 마케팅 지출을 줄이면서 광고 수익이 줄어들었다. 메타의 올 3분기 광고 평균 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18% 하락했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경쟁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골대를 옮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앱 내 결제를 두고 애플과 앱 기반 플랫폼 업계가 갈등을 벌이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광고 시장 한파에 빅테크 실적 부진
얼어붙은 온라인 광고 시장의 분위기는 빅테크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메타의 올 3분기 순이익은 43억9500만달러(약 6조2400억원)로 전년 동기(91억9400만달러) 대비 52%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이 4% 줄어들었음을 감안하면 수익성 저하가 확연히 드러난다. 알파벳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실적 공개 이후 처음으로 광고 수익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튜브의 3분기 광고 수익은 70억7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72억100만달러) 대비 2% 줄었다.마이크로소프트도 광고 시장 침체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 회사의 광고 사업 부문 매출은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나는 정도에 그쳤다. 지난해 이 부문 매출이 4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에이미 후드 마이크로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객사의 광고 지출 감소는 올 4분기에도 나타났다”며 “이는 광고 사업은 물론 링크트인의 마케팅 검색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언급했다. 광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스냅은 3분기 순손실(3억5950만달러)이 전년 동기(7200만달러) 대비 다섯 배로 늘었다.
넷플릭스의 저가 요금제 출시도 이들 빅테크 기업에 악재다. 넷플릭스는 3일(현지시간)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12개 국가에서 광고를 넣는 대신 가격을 낮춘 요금제를 출시한다. 이 요금제는 신규 콘텐츠의 경우 4~5분가량 광고를 시청해야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해 노출도를 높였다. 서비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시청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광고를 넣기 쉽다. 디즈니플러스도 다음달 초 광고를 넣은 저가 요금제를 내놓을 예정이다.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업체들로선 부담스러운 시장 경쟁자가 나타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빅테크들은 지난 몇년간 수익성 있는 새 아이디어를 찾지 못했다”며 “신규 사업 투자는 많았지만 알파벳과 메타는 여전히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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