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 1위 올라선 KB운용, 2030년 업계 '톱' 노린다

입력 2022-11-02 16:21   수정 2022-11-02 16:22

올해로 창립 34주년을 맞은 KB자산운용은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핵심 사업인 대체투자는 수탁액 20조원을 기록하며 운용업계 1위로 올라섰다. 상장지수펀드(ETF)는 부동의 3위로 자리잡으며, 영업이익도 창사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 운용업계가 고전하고 있지만 KB자산운용은 3분기까지 5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올해도 작년과 같은 호실적을 낼 것이라고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7%로 이미 업계 최상위권에 올라섰다.

운용자산(AUM)은 120조원으로 업계 3위다. 2위와의 격차는 40조원이다. 하지만 3위에 만족하지 않고 2030년까지 1위가 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신시장 공략과 적극적 해외 진출로 목표에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핵심 전략은 ‘초개인화’
최근 KB자산운용은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본격 개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다이렉트 인덱싱이란 개인들이 원하는 종목만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이렉트 인덱싱을 점찍은 이유는 고객들의 성향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현승 대표는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만 투자하던 고객들이 테마형 ETF와 액티브 ETF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제는 초개인화 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설팅 업체 올리버와이먼에 따르면 미국 내 다이렉트 인덱싱 시장 규모는 2018년 185조원, 2019년 385조원, 2020년 500조원으로 급증했다. KB자산운용은 다이렉트 인덱싱이 국내에서도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다이렉트 인덱싱은 투자자가 최적의 맞춤 종목을 고르도록 돕는다. 예컨대 ‘순이익이 3년 연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를 입력하면 이 조건에 해당하는 종목들이 화면에 나타난다. 투자자가 원하는 조건은 무엇이든 입력할 수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로 성장할 잠재력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홍곤 KB자산운용 인덱스퀀트본부 상무는 “다이렉트 인덱싱은 높은 수준의 리서치 자료와 전문가 자문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투자·ETF도 집중 공략
1위가 되기 위해 대체투자와 ETF 시장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개인들을 위한 해외 부동산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증시 변동성 확대로 안정적인 실물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 KB자산운용은 벨기에 갤럭시타워와 영국 삼성유럽HQ를 담은 ‘KB스타리츠’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고객층을 넓혔다. 지난 5월에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KB 프라이빗솔루션 일반사모부동산 펀드’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KB자산운용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는 인프라(11조원), 국내 부동산(2조8000억원), 해외 부동산(2조2000억원), 대체 크레디트(3조9000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외 자산과 포트폴리오 균형을 적절히 맞추면서 변동성 장세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TF는 채권형 라인업을 대폭 보강했다. 금리 상승으로 위축됐던 채권형 ETF 수요가 장기적으로는 살아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은 국내에 상장된 73개 채권형 ETF 가운데 가장 많은 상품(국내 15종·해외 5종)을 운용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국채선물3년 ETF를 상장해 국채 3년·5년·10년 라인업을 완성했다. 존속 기한 채권형 ETF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존속 기한 ETF란 펀드 만기와 편입 채권의 만기를 동일하게 맞춰 금리 상승에 따른 손실 리스크를 없앤 상품이다.

KB자산운용은 채권형 ETF 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고공행진하는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채권형 ETF로 투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리가 하락할 경우 주식형 ETF보다 채권형 ETF가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KB자산운용은 은행, 보험, 산업계 등에서의 투자 경험을 쌓은 전문인력들과 이들이 보유한 네트워크가 차별화된 강점”이라며 “체계적인 상품 개발과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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