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거쳐가는 회사마다 간판 사업을 만들어냈다. SK증권 시절에는 프라이빗에쿼티(PE)를 신설해 핵심 사업으로 키웠다. 코람코자산운용에서는 국내 최초로 블라인드 펀드를 발족했다. KB자산운용에서는 대체투자 부문을 운용업계 1위로 끌어올렸다. 2030년까지 국내 1위 운용사에 오르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지난달 31일 이 대표를 서울 여의도 KB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났다.
▷1위를 향한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
“주식시장의 화두는 하이퍼퍼스날리제이션(Hyper-personalization)이다. 투자자들도 이제는 초개인화된 맞춤형 상품을 원한다. ‘다이렉트 인덱싱(direct indexing)’을 미래 먹거리로 선점한 이유다. 다이렉트 인덱싱을 통하면 투자자가 원하는 종목만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들 수 있다.”
▷개별 종목을 사면 되는 것 아닌가.
“다이렉트 인덱싱은 투자자가 최적의 맞춤 종목을 고르도록 돕는다. 예컨대 ‘순이익이 3년 연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를 입력하면 이 조건에 해당하는 종목들이 화면에 나타난다. 투자자가 원하는 조건은 무엇이든 입력할 수 있다. 맞춤형 종목을 추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다이렉트 인덱싱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것인가.
“KB자산운용이 플랫폼을 제공하고 증권사들이 연계하는 구조를 계획하고 있다. 예컨대 A증권사 고객이 KB자산운용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개인화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주문은 A증권사에서 처리하는 식이다. 내년 상반기 증권사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입점사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성공을 자신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펀드는 투자자 성향에 따라 진화한다. 펀드매니저에게 단순히 돈을 맡기던 고객들은 ETF를 찾기 시작했다. ETF도 처음에는 지수를 단순히 추종하는 인덱스 ETF가 인기였지만, 점차 테마형 ETF와 액티브 ETF로 옮겨갔다. 유튜브 등 투자정보가 많은 환경에서 고객들은 맞춤형 상품으로 이동할 것이다.”
▷ETF 최저 보수를 고집하는 이유는.
“KB자산운용은 지수 추종형 ETF 보수를 거의 받지 않는다. 경쟁사와 차별화되지 않은 상품으로 고객들에게 돈을 받지 않는다. 보수는 없지만 파생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이 다른 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 우리는 운용업계에서 가장 양질의 ETF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에게 추천할 수 있는 상품은.
“KB자산운용은 채권형 ETF에서 특히 강점이 있다.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존속 기한이 있는 채권형 ETF가 유망하다. 펀드 만기와 편입 채권의 만기를 동일하게 맞춰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손실 리스크를 없앤 상품이다. 만기 때 상환 원금과 이자를 받기 때문에 금리가 올라도 손실이 나지 않는다.”
▷대체투자 상품도 좋게 보나.
“부동산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회사) 주가가 급락했다. 하지만 일부 좋은 상품들도 덩달아 떨어졌다. KB스타리츠가 그렇다. 벨기에 갤럭시타워와 영국 삼성유럽HQ를 담은 KB스타리츠는 임대료가 물가에 연동돼 있다. 대출의 75% 이상이 고정금리다. 현재 주가기준 배당수익률은 10%에 달한다.”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KB자산운용은 운용업계 대체투자 1등이다. 매년 5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집행한다. 1등이 되는 과정에서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다. 고객 보호를 위해 컴플라이언스를 최우선으로 한다. 조그만 실수가 큰 사고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직원별로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어 위험을 관리한다.”
박의명 기자
■ 이현승 대표는
△1966년 서울 출생
△1984년 서울고 졸업
△1988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8년 행정고시 합격(32회)
△1989년 재정경제부 사무관
△1991년 서울대 행정학 석사
△1997년 하버드대 로스쿨 국제조세과정
△1998년 하버드대 JF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
△2000년 재정경제부 서기관
△2002년 메릴린치 서울지사 IB부문 이사
△2006년 GE 에너지코리아 사장
△2008년 SK증권 사장
△2015년 코람코자산운용 사장
△2017년 현대자산운용 사장
△2018년 KB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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