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데이터 중심 사회로의 전환과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춰 인적 자원을 업그레이드해야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2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한 ‘글로벌인재포럼 2022’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후지이 데루오 도쿄대 총장은 “기존의 교육은 대학에서 교육받아 직장에서 일하고 은퇴하는 단순한 모델이었다”며 “이제는 업무와 교육을 순환하는 리스킬링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대상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하는 도쿄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대학 교육 방향’을 주제로 나선 후지이 총장은 도쿄대의 직장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도쿄대는 ‘도쿄대 익스텐션’이란 자회사를 통해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 프로그램을 도쿄 시내에 마련했다. 도쿄대 교수들이 직접 데이터 사이언스의 이론부터 응용 방법을 강의한다. 수강생은 2019년 241명에서 시작해 지난해 1471명까지 증가했다.그는 “리스킬링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과 대학이 대화할 기회가 마련된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이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재훈련을 장려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국회 연설에서 향후 5년간 1조엔(약 9조6000억원)을 들여 근로자들이 성장산업에서 재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취임하면서 내놓은 ‘UTokyo Compass’도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다양성의 바닷속으로: 대화로 미래를 창조하다’를 앞세운 이 원칙은 학문적 지식의 축적을 기반으로 포용적이고 자유로운 미래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후지이 총장은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고, 배우고, 과제와 해결책을 공유해야 직면한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대학 내부는 물론 대학 외부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가 필수적”이라며 “돌파구의 열쇠는 다양성”이라고 강조했다.
학과 간 장벽 낮추는 도쿄대-서울대
후지이 총장과 대담에 나선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대전환 시대에 대학 교육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화두로 꺼냈다. 후지이 총장은 “단일한 학문만 알아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학생들이 다학제적(interdisciplinary) 인재로 거듭나도록 넓은 시각에서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융합 인재 교육을 위해 두 대학 모두 학과 간 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 총장은 “서울대는 30%가량의 졸업생이 두 개 이상의 전공에서 복수 학위를 취득해 졸업하고, 향후 이 비율을 60%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후지이 총장 역시 “도쿄대는 전공과 관계없이 박사 과정 학생들이 각자의 전문 지식을 합쳐 녹색 전환(GX)을 고민하는 연구 프로그램이 있다”며 “현재 600여명의 학생이 참여 중”이라고 답했다.
인구 감소 시대에 대학이 생존하는 법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그는 “지금 규모로 대학 입학정원을 유지하면 20년 안에 서울 바깥 대학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예측도 나오는데, 도쿄대는 인구감소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냐”고 물었다. 후지이 총장은 “더 많은 해외 학생을 끌어와야 한다”며 “최근 다른 국가에서 공부하길 원하는 아시아 학생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기존 강의를 국제화하고 국제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총장은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장려할 방안도 논했다. 후지이 총장은 “과거에는 법대를 졸업하고 법조인이 되거나 중앙정부 공무원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재학 도중 스타트업을 차리거나, 기업에 취직한 후 경험을 쌓아 몇 년 뒤 창업하는 학생도 많다”고 했다. 오 총장도 “서울대도 창업하려는 학생은 2년간 학교를 쉴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승우/최예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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