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전환과 탈세계화’를 주제로 첫 기조연설에 나선 조제 마누엘 바호주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부상 등이 지리경제학적 분열을 가속화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가 예측불가능해지고 파편화했다”며 기후변화 팬데믹 등을 해결하려면 세계 각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자본인 과학 기술 수학 등의 기반 교육이 중요하다”며 탈세계화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을 주문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인 후지이 데루오 일본 도쿄대 총장도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일수록 미래 인재 양성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상품과 자본 중심의 사회에서 데이터 주도의 사회로 바뀌고 있다”며 “인구 감소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에 맞춰 인적 자본을 업그레이드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과 기술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디지털 인재와 혁신 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미래 기술 전쟁의 승패도 따지고 보면 인재와 기술 확보에 달렸다. 미국 중국 등이 일찌감치 체계적인 인력 양성 계획을 세우고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온 이유다.
전 세계가 첨단 산업 인력 확보전에 나섰지만, 한국은 해묵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반도체 인력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 학과 대학 정원 확대 등 규제를 찔끔 완화했지만, 근본적으로 수도권총량제 같은 덩어리 규제를 뽑아내지 않으면 획기적인 인재 양성은 힘들다. K칩스법(반도체특별법)은 석 달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디지털 분야에 약 73만8000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상태론 키워낼 인력이 49만5000명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가 뒤늦게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육성 계획을 내놨지만, 교수진과 장비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돌이켜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별로 없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저성장의 위기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는 요즘처럼 엄중하고 냉혹한 시기는 찾기 힘들다. 위기 극복의 해법은 인재포럼에 참석한 석학, 전문가들이 조언한 대로 인재와 기술에서 찾아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 날 “성별·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도 맥락이 통한다. 맨주먹의 추격자였던 한국이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의 발 빠른 디지털 전환 및 기술 혁신 덕분이다. 그 이면에는 사업보국, 인재 제일의 기치를 내걸고 혼신의 힘을 쏟은 혁신 기업가들이 있었다. 인재와 기술 확보에 기업은 물론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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