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증권거래소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지난달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만난 찰리 워커 런던증권거래소 총괄(사진)은 “이제 유연하고 민첩하게 유동성을 공급하지 못하는 거래소는 도태할 것”이라며 “모든 생애주기 기업들이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 주식과 비상장 시장의 ‘칸막이’를 없애 창업자 친화적인 거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801년 설립된 런던증권거래소는 상장 주식 시가총액 세계 10대 거래소다. 지난해 126개 기업이 상장해 미국, 중국 다음으로 활발한 기업공개(IPO) 실적을 기록했다. 80개국 채권이 상장돼 있으며 50개국 통화가 거래되고 있다.
유서 깊은 런던증권거래소에도 최근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비상장 기업 정보공유 플랫폼 ‘플로우(FLOWW)’와 파트너십을 맺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들었다. 워커 총괄은 “현재는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이 비상장 기업의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지만 앞으로는 여기에서 스타트업 등 비상장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장 기업의 주식 거래 플랫폼 ‘에임(AIM)’도 구축했다. 850개 고성장 기업이 상장한 에임은 규제 요건을 완화해 빠르고 유연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워커 총괄은 “기존 증권거래소와 달리 런던증권거래소는 상장 시장과 비상장 시장이 서로 손쉽게 접근하도록 칸막이를 없애려고 한다”고 했다. 기업들이 좀 더 유연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런던증권거래소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최대한 유인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다. 영국 정부가 1980년대 이후 대대적인 금융규제 개혁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워커 총괄은 “영국 정부는 최대한 많은 유니콘 기업을 런던에 상장시켜 나가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런던증권거래소가 유니콘 기업들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런던증권거래소가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것은 ‘콘텐츠’다. 워커 총괄은 “런던증권거래소는 콘텐츠 도착지가 되고자 한다”며 “기업정보를 보기 위해 런던증권거래소로 모이게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런던증권거래소에 주식이나 채권을 상장하면 1만6000개 기업의 데이터베이스(DB)에 접근할 수 있다. 68개국 2만5000명의 직원이 리서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설명회(IR)에 특화한 콘텐츠·스트리밍 기업 오픈익스체인지와도 협업 관계를 맺었다. 세계 2600개 이상의 금융기관과 1100여 개 상장 기업이 오픈익스체인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스타트업 IR 로드쇼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글=허란/사진=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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