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도 또 인상하겠죠?”
“불가리·까르띠에도 추가 인상을 계획하고 있을까요?”
“티파니도 곧 오른데요.”
지난 2일 샤넬이 올해 네 번째 가격 인상을 하자 가입자 50만여 명의 명품 정보 공유 카페에선 이같은 글이 쏟아졌다. 최근 몇몇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값을 올리면서 명품시장 전반으로 도미노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와서다. 서울 주요 백화점 샤넬 매장에는 이날 인상 정보를 문의하는 고객 전화가 빗발쳤다고 했다.
샤넬은 이번에 가방 등 제품 가격을 최대 13% 올렸다. 지난 8월 이후 3개월 만으로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다. 샤넬의 대표 제품으로 꼽히는 클래식 미디움백은 1239만원에서 1316만원으로 1300만원대를 넘어섰다. 이 가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715만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동일 제품군인 다른 사이즈 클래식백 가격 상승분을 보면 △뉴미니 594만원→637만원 △스몰 플랩백 1160만원→1237만원으로 △맥시 핸드백 1413만원→1508만원 등 6~13% 뛰었다. 다른 인기제품인 가브리엘 호보 스몰 제품은 기존 688만원에서 739만원으로 7.41%, 체인지갑(WOC)은 399만원에서 432만원으로 8.27% 올랐다. WOC, 호보 등 제품의 이번 인상률은 최근 인상된 금액 중 가장 높다.
샤넬은 올 초 코코핸들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고 3월엔 클래식 라인 등 일부 제품 가격을 5% 안팎으로 인상했다. 8월에도 클래식 라인 제품을 비롯해 일부 제품에 대해 5% 정도 올린 바 있다. 지난해도 네 차례 값을 올린 샤넬은 이번 인상까지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총 11번이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최근 럭셔리 제품 가격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대표 브랜드 루이비통은 앞서 지난달 27일 3% 안팎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대체적으로 가방류는 10만원 내외, 지갑류는 1만~3만원, 방도 등 스카프류는 1만원 이상씩 가격이 조정됐다.
에르메스도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내년 제품 가격을 약 5~10% 인상한다고 밝혔다. 에르메스는 올해도 이미 4% 정도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에르메스는 전통적으로 연초에 가격을 인상하는데 통상 그 인상폭이 1.5∼2% 수준에 그쳤었지만 이번엔 평소보다 너댓배 가량 값을 올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이다. 에르메스의 올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4% 늘어난 31억4000만유로(약 4조4000억원)로 집게됐다.
버버리, 생로랑, 몽클레르 등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케링그룹 명품 브랜드 생로랑은 전날부터 핸드백, 지갑, 슈즈 등 대부분 제품 가격을 올렸으며 버버리는 지난달 25일 기습적으로 가격을 5~10% 정도 인상했다. '패딩계 샤넬'로 불리는 몽클레르 역시 지난달 일부 제품 가격을 10~20% 올렸다.
시계나 주얼리 제품을 파는 브랜드 역시 값을 올렸다. 앞서 롤렉스는 연초 주요 시계 모델 가격을 8~16% 가량 인상했다. 세계 4대 명품 보석 브랜드로 꼽히는 반클리프 아펠은 지난 13일자로 일부 제품 가격을 8~10% 가량 조정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쇼메 역시 지난달 6개월 만에 또 가격을 올린 터다.
명품업체들은 가격 인상 이유로 환율 변동과 원자재 상승 등을 꼽는다. 하지만 수시로 이뤄지는 가격 인상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단 반응이다. 한편으로는 가격 인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오픈런(Open run·백화점 개장을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기 무섭게 매장으로 달려가는 것)’ 등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는 것을 노린 상술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명품 브랜드들 가격 인상 소식은 판매원들이 우수고객(VIP)들에게 정보를 흘리면서 인터넷 명품 커뮤니티를 통해 구전됐다. 소수 고객에게 가격 인상 계획을 귀띔해 누군가 이를 커뮤니티에 올리면 알음알음 인상 폭과 제품을 유추해나가는 식이다. 정보를 유추해나가는 과정에서 소문이 나게 만든 뒤 ‘오르기 전에 사두자’는 심리를 자극하는 상술을 쓰는 셈.
지난주 샤넬 매장을 방문한 고객 강모 씨(33)는 “샤넬 가방 값이 또 오른다고 해 일주일 내내 오픈런을 했는데도 원하는 가방을 구하지 못했다”며 “도대체 샤넬 클래식백은 국내시장에 물량이 풀리긴 하는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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