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호주 회장 "탈세계화 시대, 과학·기술·수학이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자본"

입력 2022-11-02 18:17   수정 2022-11-03 02:07


“국제적 협력과 다자 간 협의를 통해 탈세계화 시대를 막을 해결책을 내야 합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은 2일 ‘글로벌인재포럼 2022’ 기조연설에서 “인재포럼에서 언급할 교육과 인재 양성은 문제 해결의 기초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포르투갈 총리를 지낸 바호주 회장은 이날 ‘세계 대전환과 탈세계화’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탈세계화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강화되는 가운데 팬데믹 등 당면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중 갈등이 탈세계화 촉발
바호주 회장은 탈세계화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서방국가가 만들어낸 국제시스템이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의 부상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바호주 회장은 “중국의 부상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권력의 중심축이 이동한 것(pivot to Asia)이 거대한 지정학적, 경제학적 균열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변화도 탈세계화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바호주 회장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영향이 컸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이 매우 위험했다는 설명이다. 바호주 회장은 “모든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지구상에서 경제, 기술, 군사적으로 가장 큰 힘을 지닌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다른 국가 위에 두겠다고 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의장을 맡고 있는 바호주 회장은 팬데믹 기간에 백신 민족주의가 발현한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백신 기업들이 유럽 영토로 돌아오면서 EU는 가장 중요한 백신 제조, 수출국이 됐다”며 “이런 온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보건 분야, 다자 간 협력 중요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쟁이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비극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러시아와 서방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시기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란 게 그의 관측이다.

그는 전쟁과 탈세계화에 따른 승자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중국이 러시아와 가까워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힘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중국은 지난 30년간 세계화에 따른 가장 큰 혜택을 본 나라”라며 “러시아와 가까워져 얻는 이익은 세계가 개방된 데서 얻던 것과 비교해 너무 작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디지털 전환이 5년 정도 가속화됐다”며 “이는 탈세계화, 온쇼어링 등으로 가속화된 글로벌 공급망 마찰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도 다자주의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세계보건과 같이 전 세계가 공유하는 것을 위해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바호주 회장은 “디커플링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는 평화를 위해 다자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며 “미국, 중국, EU 등 강대국이 글로벌 공공재에 대해서는 다자주의가 필요하다는 합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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