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 4m가 넘는 천 위에 성경 속 한 장면이 한 땀 한 땀 수놓여 있다. 배는 갓 잡은 물고기로 가득 차 있고, 어부 베드로는 경외감에 사로잡혀 예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은 예수의 기적을 다룬 거대한 태피스트리 작품 ‘기적의 물고기 잡이’ 앞에서 어김없이 발걸음을 멈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라파엘로 산치오(1483~1520)가 밑그림을 그리고, 야코프 괴벨스 1세가 1600년께 직조물로 구현한 작품이다. 원래 이 작품은 시스티나 예배당 벽면 밑을 덮기 위한 용도로 설계됐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대표적 금융가문인 메디치가(家)의 교황 레오 10세는 예수의 가르침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자신이 아끼던 라파엘로에게 태피스트리 연작 디자인을 맡겼다고 한다.
기적의 물고기 잡이는 라파엘로 특유의 입체적 묘사와 섬세한 직조기술이 조화를 이룬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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