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가 오고 있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은 기업을 싸게 인수합병(M&A)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어요."
박현종 bhc그룹 회장은 3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형 M&A를 추진할 수 있는 시기가 오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bhc그룹은 치킨 프랜차이즈인 'bhc'를 기반으로 2014년 한우 전문점 '창고43', 2016년 순대국 체인 '큰맘할매순대국', 지난해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박 회장은 햄버거 프랜차이즈, 배달 플랫폼 등을 관심권에 두고 추가 영토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버거킹, 맥도날드, 맘스터치, 바스버거 등 매물로 나온 햄버거 브랜드들은 대부분 박 회장 책상에 올려질 정도로 인수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박 회장은 "햄버거 브랜드에 관심은 있지만, 당장 서둘러 살 때는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매각측과 시장이 바라보는 가격이 아직은 차이가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M&A 대상으로 관심을 두는 분야 중엔 플랫폼도 있다. 배달대행서비스 '부릉'을 운영하는 매쉬코리아도 검토대상에 올렸었다. 박 회장은 "과거 '닷컴'글자만 들어가면 돈이 몰렸던 '닷컴버블' 처럼, 지난해까지는 플랫폼에 너도나도 투자를 하는 분위기였다"며 "수익 없이 성장에만 매달렸던 플랫폼은 최근 많이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bhc와 연관사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적극 인수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경기 침체 국면에선 위축 경영이 아니라 공격적으로 성장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IMF),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 과거 경제위기 때 큰 성장을 했던 기업이 많았던 만큼, 이번 위기도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중소형보다는 대형 브랜드의 M&A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M&A를 통해 학습해 내린 결론이다. 박 회장은 "최근 고금리로 레버리지(자금조달) 비용이 연 4%대에서 6% 이상으로 높아졌지만, 기업가치가 쌀 때 좋은 물건에 투자하면 저 점 대비 몇 배의 수익이 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bhc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507억원이다.
bhc는 그동안 M&A로 성장해왔다. 창고43, 큰맘할매순대국, 그램그램, 아웃백 등을 인수해 단순 치킨업체가 아니라 종합외식기업으로 거듭났다는 게 bhc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올해 bhc그룹이 매출 1조원을 넘을 것이 확실시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bhc 연결기준 매출이 6164억원이지만, 지난해 11월 인수한 아웃백의 연간 매출을 감안하면 그룹 매출은 945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성장세가 유지되면서 1조원의 매출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bhc가 최근 미국 햄버거 브랜드 '슈퍼두퍼'를 국내에 들여온 것도 프리미엄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한 목적이다. 박 회장은 "슈퍼두퍼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인정한 프로그램에 따라 항생제 없이 방목사육한 쇠고기를 재료로 하는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라며 "결국 브랜드 가치가 높을 수록 소비자 영향력과 사업 성공 가능성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1985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전자, 에버랜드 등에서 26년간 영업, 마케팅 업무를 했다. 2012년 제너시스BBQ의 글로벌 사업대표로 자리를 옮기며 외식업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2013년 글로벌 사모펀드 로하틴그룹이 BBQ의 자회사 bhc를 인수하면서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됐다. 2018년 박 회장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전부와 사재를 털어 경영자인수(MBO) 방식으로 bhc의 경영권을 획득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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