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 죽어도 쇼트패딩…짧으면 짧을수록 매력있네

입력 2022-11-03 16:48   수정 2022-11-11 20:02


‘짧고 강렬하게’ ‘착하고 깔끔하게’.

올겨울 패딩 패션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이다. 지난해부터 패딩 시장을 장악한 쇼트 패딩은 올해 더욱 과감한 색상을 입고 나타났다. 봉제선이 없는 ‘논퀼팅’도 패딩의 대세를 노린다. 친환경 소재를 강조하는 패딩은 자신만만이다. 패딩의 대명사로 불리는 몽클레르와 에르노를 비롯해 구찌,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들은 벌써부터 신상품을 쏟아내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올해는 몽클레르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듀베티카 등 새로운 브랜드까지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패딩 격전’을 예고했다.

디자인·색상 과감해진 쇼트 패딩
패딩은 패션 상품 가운데 기능성이 가장 강조되는 옷이다. 한겨울 추위를 버틸 수 있도록 보온성이 뛰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질 좋고 튼튼한 소재를 사용해 한겨울 눈 속에서도 버텨줘야 한다. 하지만 결국은 외투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는 옷이다. 디자인을 빼고는 패딩을 이야기할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카라고 해도 형편없는 모습이라면 누구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는가.

패딩 트렌드는 올해도 ‘쇼트’다. 지난겨울에 짧은 기장의 제품들이 주목을 받았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땅에 끌릴 만큼 긴 디자인의 ‘롱패딩’이 유행하다가 갑자기 크롭에 가까운 쇼트 패딩이 인기를 끌었다. 크롭은 엉덩이를 채 덮지 않을 정도로 짧은 기장을 뜻한다. 짧은 패딩에 맞춰 조거팬츠를 하의로 받쳐 입어 스포티하고 캐주얼한 느낌을 강조했다. 올해에도 이런 쇼트 패딩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과 차이가 있다면 색상이 좀 더 과감해졌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 몽클레르는 올해 빨간색 등 강렬한 색상의 신상품을 내놨다. 지난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길이는 짧지만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한 패딩을 출시한 게 특징이다. 로고를 드러내지 않고 코트 느낌의 제품으로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패딩 브랜드 에르노도 화려한 색상의 패딩을 내놨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에르노의 클래식한 옷들과 대비되는 원색들을 적용했다”며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이후 화려한 디자인과 색상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토종 아웃도어는 ‘논퀼팅’
한국에서 패딩은 아웃도어 브랜드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도심에서 주로 활동하는 소비자는 다운이나 경량 재킷을 주로 입는다. 시내에서 멋스럽게 그리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다운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올해 아웃도어 제품들은 봉제선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퀼팅(봉제선)을 안으로 숨겼다. 코트처럼 깔끔한 실루엣을 살리면서도 보온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출퇴근룩부터 외출복, 아웃도어룩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논퀼팅은 털 빠짐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노스페이스는 보온성을 높이면서도 가볍고 슬림하게 착용할 수 있는 ‘에코 히트 다운’을 선보였다. 무릎을 살짝 덮는 길이의 ‘에코 히트 다운 코트’는 후드 모자를 붙였다 뗄 수 있다. 전체적으로 슬림한 실루엣과 세련된 색상으로 출퇴근 복장으로도 활용하기 좋다.

블랙야크는 배우 손석구와 가수 아이유의 커플 화보를 공개해 ‘콜드제로 다운 재킷’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퀼팅을 안으로 숨긴 디자인에 모피나 지퍼, 벨트 등을 통해 디테일을 더했다.
친환경 소재
소비자들은 패딩을 선택할 때 디자인 및 색상과 함께 친환경 소재를 썼느냐에 관심을 보인다.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패딩 브랜드들은 ‘윤리적 다운 인증(RDS)’을 내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거위와 오리의 솜털(다운)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윤리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인증이다.

에르노의 글로브 컬렉션은 옥수수, 양파껍질, 대나무 숯, 올리브 등 천연 추출물을 이용한 천연 염색 기술과 5년 만에 분해될 수 있는 특수 나일론 소재, 오래된 이불의 재활용 깃털을 적용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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