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까닭에 이들의 관계는 복잡하다. 석유를 둘러싼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와 지정학적 요인까지 얽혀 있어 중동의 평화 회복은 난제 중의 난제다. 1980년부터 8년간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은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이란 혁명으로 왕정을 무너뜨리고 시아파 신정체제를 수립한 호메이니가 아랍 전역의 시아파에게 봉기를 촉구하면서 촉발됐다. 사우디, 요르단 등 수니파 왕정국가들이 이라크를 지원했음은 물론이다. 2019년 사우디 동부 의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아 원유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때 사우디는 이를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이 사우디와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 지역의 에르빌을 공격할 것이라는 첩보를 미국과 사우디가 공유하고 관련 국가들이 군의 위기대응 태세를 격상했다는 외신 보도에 국제석유시장이 출렁거렸다. 이란은 지난 9월 하순부터 이라크 북부를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과 무장 드론으로 공격해왔다. 에르빌을 겨냥한 미사일을 미군이 격추하기도 했다.
이란은 사우디 공격 임박설을 즉각 부인했지만 중동의 정세 불안은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당장 지난 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1.84달러(2.13%) 오른 배럴당 88.37달러에 거래됐다. 가뜩이나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高) 복합위기로 어려운데 중동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설상가상이다. 미·중 대결의 신냉전 체제에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이란 관계, 전통적 동맹국이면서 원유 감산을 둘러싸고 사이가 벌어진 미국·사우디의 관계 회복 여부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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