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은 입 안에 생긴 거대 종양을 방치하고 살아온 아프리카 청년 플란지(22·왼쪽)를 데려와 무료로 수술했다고 3일 밝혔다. 아프리카 남동쪽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플란지는 8세 때 어금니 쪽에 생긴 염증이 커지면서기 시작해 거대세포육아종으로 악화했다. 하지만 근처에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없어 오랜 기간 치료받지 못했고, 종양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거대해져 식사나 대화조차 어려운 지경이 됐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해오던 한국인 의사 이재훈 씨는 도울 방법을 찾다가 서울아산병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씨는 2018년 아산사회복지재단으로부터 의료봉사상을 수상하며 서울아산병원과 인연을 맺었다.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은 플란지의 치료비용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플란지는 지난 8월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한 뒤 8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집도한 최종우 성형외과 교수팀은 치과, 이비인후과 등과 협진해 입 안에 있는 거대세포육아종을 제거한 뒤 아래턱 재건과 입술 주변 연조직 성형술도 했다. 최 교수는 “종양은 지름 15㎝에 무게가 810g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다”고 말했다.
플란지는 5일 고국으로 돌아간다. 그는 “마다가스카르 병원에선 치료할 수 없다고 포기해 좌절감뿐이었다”며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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