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셸런버거 "원전만한 친환경 에너지원 없다…탈원전은 정치적 주장"

입력 2022-11-03 18:07   수정 2022-11-04 00:36

“환경을 생각한다면 한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같은 나라들이 세계 곳곳에 원전을 짓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해 국내 출간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셸런버거(51·사진)는 출판사 부키가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연 간담회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가 연 ‘2022 산업계 탄소중립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맡아 한국을 찾았다. 셸런버거는 환경 연구·정책 단체인 ‘환경 진보(Environmental Progress)’를 세워 대표를 맡고 있다. 종말론적 환경주의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미국 의회에서도 여러 차례 증언한 바 있다.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은 논쟁적인 책이다.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굶어 죽어 가고 있다’거나 ‘아마존이 곧 불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같은 위기론을 논박한다. 많은 환경 문제가 과장됐다고 말한다. 다만 모든 것을 부인하는 반(反)환경론자는 아니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기후 변화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가 금방이라도 멸망할 것처럼 떠들어대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데이터를 보면 사실이 아닌 주장이 많습니다. 기후 변화 때문에 허리케인과 가뭄, 홍수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1950년대 이후만 봐서 그렇습니다. 더 장기로 보면 그런 패턴은 사라지죠. 더욱이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와 재산상 피해는 계속 줄고 있습니다.”

피해가 줄어든 것은 재해예측 시스템과 댐 건설, 에어컨 보급 등 과학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그는 “미국에서 자연재해 사망자는 연간 300~500명 정도”라며 “교통사고 사망자 약 3만5000명, 약물 남용으로 인한 10만 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저개발국도 마찬가지다. 홍수 등 자연재해가 한꺼번에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시선을 끌지만, 사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 아직도 나무를 태워 요리하거나 난방을 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나라는 오히려 석탄 발전을 하는 게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물질 집약적인 에너지원에서 에너지 집약적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게 환경에 중요하다”며 “나무를 태우는 것보다는 석탄이 낫고, 석탄을 태우는 것보다는 천연가스가, 천연가스보다는 원자력 발전이 좋다”고 말했다. 원자력은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데다, 적은 양의 우라늄으로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가 땅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재생에너지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그는 주장했다. 원전 하나와 맞먹는 전력을 태양광으로 생산하려면 400배나 넓은 면적의 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원자력이 위험하다는 건 미신”이라며 “한국의 문재인 정부에서 보았듯, 탈원전은 대개 정치적인 이유에 기반을 뒀다”고 비판했다.

셸런버거는 열여섯 살 때부터 환경 운동을 했다. 그러다 서른이 지났을 무렵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왜 환경 운동은 비관적이고 우울할 수밖에 없을까 하고. 2010년 무렵엔 원자력 찬성으로 돌아섰다. “정말 이상했습니다. 원자력만큼 친환경적인 에너지원도 없는데, 기후 변화를 걱정한다는 사람들이 반대하니 말이죠. 환경 운동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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