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값 L당 49원 인상 합의…유제품 가격 줄줄이 오른다

낙농가와 유업계가 새 원유(原乳) 가격 인상폭을 L당 49원으로 결정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낙농제도 개편 갈등으로 미뤄진 원유 가격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우유 등 유제품 가격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체들은 3일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열어 원유 기본 가격을 L당 49원 올리기로 합의했다. 다만 당초 원유 가격 협상 시한인 8월 1일 이후 3개월간 가격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해 올해의 경우 10월 16일부터 연말까지는 L당 3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원유 기본 가격은 L당 947원에서 999원으로 조정됐다.

통상적으로 원유 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의 농축산물 생산비조사 발표 시기를 기점으로 협상을 마친 뒤 8월 1일부터 적용돼 왔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가 추진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놓고 낙농가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협상이 3개월 이상 미뤄졌다.

올해까지는 최근 2년간 생산비 증감분의 10% 범위에서 원유 가격 인상 폭을 결정하는 ‘생산비 연동제’가 적용됐다.

양측은 내년부터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분류해 가격을 달리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수급과 관계없이 생산비에만 연동돼 있던 가격 결정 방식도 수급 상황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

구체적으로 생산비가 올랐지만 원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경우 가격 변동분의 30%까지 수급 요인을 반영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내년 원유 생산비가 100원 오른 경우에도 초과 공급 상황이 벌어졌다면 오히려 원유 가격을 30원까지 깎을 수 있게 했다. 가격 인상폭도 100원이 아니라 70원까지만 올릴 수 있게 했다.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유업체들은 원유 기본가격이 결정된 만큼 제품 인상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통상 기본가격이 결정된 뒤 1~2개월 후 제품 가격 인상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협상이 늦어진 만큼 이보다 빨리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흰 우유 기준으로 L당 500원 안팎의 인상률을 업체별로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서울우유 기준 2700원대인 1L짜리 흰 우유 하나가 3000원을 넘게 된다.

황정환/하수정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