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기업·지자체가 함께…4차 산업혁명 이끌 '뉴칼라' 키워야"

입력 2022-11-03 18:06   수정 2022-11-11 19:55


“한국의 정부와 학부모, 학생은 12세부터 20세까지 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쏟아붓습니다. 그런데 사회에 진출한 26세부터는 교육 투자를 멈춰버립니다.”

마이클 펑 몬테레이공과대 미래교육연구소 전무는 3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2’ 발표자로 나서 ‘모든 이를 위한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체 시민이 평생교육 학습자라는 패러다임 전환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평생·직업교육에 적극 투자
이날 ‘대전환 시대에서의 신산업 인재 양성 선순환 구조 탐색’을 주제로 열린 좌담에는 펑 전무를 비롯해 최영섭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대학원 교수, 김상호 SKHU(SK Hynix University) 사무국 담당, 얼리샤 텅 그레이트플레이스투워크 범중화권지역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참여했다. 좌장은 주현 산업연구원장이 맡았다.

펑 전무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선 학교 또는 기업에만 교육을 맡겨선 안 된다”며 “정부 시스템을 중심으로 모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 교육부 산하의 리스킬링 조직인 ‘스킬스 퓨처(Skills Future)’ 국장으로 지낸 경험을 공유했다. 싱가포르는 2015년부터 ‘기술이 미래’라는 국가 아젠다를 내세워 학생은 물론 사회초년생, 생산직 근로자, 60세 이상 노년층 등 모든 국민에게 평생 직업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 인재 육성 정책의 변화도 촉구했다. 최 교수는 “모방할 모델이 명확했던 추격성장 시기와 달리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라며 “정부는 특정 직종에서 몇 명의 노동력이 필요할지 예측하는 걸 넘어, 그 직종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역량이 무엇이며 어디서 어떻게 이 역량을 키울지를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정량적인 통계로는 예측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가능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틀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교·기업·지자체 간 협업 강화해야”
‘교육 거버넌스 재설계’ 세션에서 발표자들은 새로운 교육을 위해서는 산업 현장과 학교, 지역 사회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화이트칼라, 블루칼라가 아니라 ‘뉴칼라(new collar)’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진단이다. 뉴칼라는 사이버 보안 전문가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등장한 일자리로, 학교 졸업장보다 실무 능력이 중시된다.

이현희 한국IBM 인사 총괄 전무는 “지금 산업 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등에 특화된 인재를 찾아 헤매는데 학교에서 이 분야를 전공한 사람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학교가 독점하던 교육에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도 참여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졸업장만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산업계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 마리오 리사넨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조기교육·기초교육 총괄책임자는 “영유아를 돌보는 ‘ECEC(early childhood education and care)’ 프로그램부터 직업교육까지, 핀란드 교육의 모토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헌석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시흥캠퍼스를 구축 중인 서울대와 시흥시 간 협력 사례를 들어 ‘지역과 학계 간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선 현장 교사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리사넨 총괄책임자는 “사회가 교사들을 신뢰하고 교사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게 핀란드 교육의 비결”이라고 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처장·학생성공센터장(교육학과 교수)은 “여러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학교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결코 아니다”며 “새로운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와 지자체, 기업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은서/최예린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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