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참사 당일 김광호 서울청장이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직보 전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청장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1시36분 용산서장의 직보를 받았다. 하지만 윤 청장은 40여 분이 지난 0시14분에서야 소식을 접했다. 이는 김 청장의 직보가 아닌 경찰청 상황관리실을 통해서다. 윤 청장이 보고받은 시간은 대통령이 보고받은 오후 10시53분보다 80여 분이나 늦었다.
본래 경찰의 보고는 각 기관 상황관리실을 통해 이뤄진다. 하급기관 상황실이 상급기관 상황실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윤 청장이 보고받은 루트다. 하지만 이는 상급기관 보고 여부 등 내부 검토 시간이 오래 걸려, 긴급한 경우 하급기관장은 상황실 간 보고체계를 따지지 않고 상급기관장에게 직보하는 지휘보고 체계를 작동하게 돼 있다. 김 청장이 윤 청장에게 직접 전화했다면 더 빠른 인지가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 지휘보고 체계보다 현장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도하게 관료화된 보고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은 참사 당시 ‘현장→이태원파출소→용산서→서울청→경찰청’ 루트를 통해 보고가 전달됐다. 반면 사고 발생(오후 10시15분) 후 40분도 안 된 오후 10시53분 대통령실에 보고를 마친 소방청의 보고체계는 ‘현장→서울소방본부→소방청’의 간소화된 보고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조직에 너무 많은 계급과 기관 간 상하관계가 있어 재빠르게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 보고문화도 경직적이라 한 단계 넘어갈 때마다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 조직과 소방 조직의 이원화된 보고체계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재난안전관리 전문가는 “긴급한 상황에선 두 조직이 정보를 공유하는 하나의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보고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보다 신속한 대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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