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금리인상 여파에 영국의 경기침체 우려, 애플 '쇼크' 등이 겹친 탓이다. '차이나 런'에 따라 중화권 증시에서 이탈한 자금이 국내 증시로 들어와 구원투수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 국내 증시 혼조세 전망
4일 국내 증시는 전일 애플(-4%), 퀄컴(-7.7%) 등 미 증시 부진과 영국 침체 우려 등으로 혼조세를 보일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여진 영향권에서 머물러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0월 미국 고용지표 경계심리(금일 밤 발표 예정), 달러화 강세 등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약세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개별 기업 실적 결과와 전망에 따라 하방 압력은 상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영국 중앙은행(BOE)이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경기침체를 언급하자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이고 기술주 중심으로 매물이 출회된 점은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될 전망"이라며 " 다만 기술주를 제외한 반도체 등 다른 종목 대부분이 강세를 보인 점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424.50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보합 출발, 코스피는 소폭 상승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전일 (코스피가) 막판 동시호가에 크게 하락한 부분을 감안시 미 증시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애플의 급락도 매크로 이슈가 아닌 폭스콘 공장 가동 중단 여파이기 때문에 영향력은 제한될 듯"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 증시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2차전지 랠리가 돋보이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당분간 지수 방향을 결정지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美증시 나흘째 하락
미국 증시가 전날의 FOMC 결과를 소화하면서 하락했다. 3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146.51포인트(0.46%) 하락한 32001.25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날보다 39.80포인트(1.06%) 밀린 3719.89로, 나스닥지수는 181.86포인트(1.73%) 떨어진 10342.94로 장을 마감했다. 3대 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다시 4.21%까지 오르며 지난달 25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2년물 국채금리도 10bp가량 오르며 4.70%를 넘어섰다. 이는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다.
기업들의 실적은 기업별로 엇갈렸다. 전기 트럭업체 니콜라는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소식에도 10% 이상 하락했다. 퀄컴은 9월 25일로 끝난 회계 4분기 매출은 시장의 예상치에 대체로 부합했으나 이번 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주가는 7%이상 떨어졌다.
메이스 맥케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마켓워치에 "파월이 자신의 메시지를 시장을 억제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라며 "증시가 매우 강했으며, 그는 시장이 오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바로 낙관론에 제동을 걸고 싶어한다"고 진단했다.
한편 12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3달러(2.03%) 하락한 배럴당 88.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 美 빅테크, 채용 동결·구조조정 단행
경기 침체가 우려되면서 미국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채용을 동결하고, 있던 직원도 해고하며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3일(현지시간) 회사 직원들에게 공지를 보내 앞으로 고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지난달 리테일(소매) 부문의 채용을 동결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부문까지 이를 확대했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도 거의 모든 고용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 업체 리프트는 이날 전체 직원의 13%를 감축할 예정이라며 직원들에게 사실상 해고를 통지했다. 지난 5월 약 60명을 1차로 내보냈던 리프트는 이번에는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 리프트의 전체 직원은 5000여 명인데, 이번에 회사를 떠나는 직원은 약 700명에 달한다.
구조조정은 빅테크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결제서비스 업체 스트라이프, 명상 및 수면 휴식 관련 앱으로 잘 알려진 스타트업 캄, 배달 전문 스타트업 고퍼프 등이 구조조정에 나섰다.
■ 英 장기침체 경고에 파운드화 하락
영국 중앙은행(BOE)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기준금리를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영국 역사상 최장 경기침체 전망에 더해 금리를 덜 올린다는 메시지가 나오며 파운드화는 2% 넘게 떨어졌다.BOE는 3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연 3.0%로 0.75%포인트 올렸다고 밝혔다. 이로써 영국 기준금리는 세계적 금융위기가 덮쳤던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BOE는 영국의 경기침체가 올해 3분기 이미 시작됐으며 2024년 중반까지 2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20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긴 기간이다.
■ 정부, IRA 상업용 전기차 요건 완화 제안 방침
정부가 북미산 전기차에 대한 우대 등 차별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과 관련, 상업용 전기차 요건 완화를 통해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친환경 제조업체에 대한 세제 혜택과 관련해서도 요건을 확대해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SK 등 기업들이 대상에 포함되도록 하는 의견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3일(현지시간) 업계 및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4일 시한인 미 재무부의 IRA 인센티브 하위규정 의견 수렴과 관련, 이 같은 방침을 정하고 최종 문구를 조율하고 있다. 중고차를 포함해 북미산 전기차 구매 시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 한국을 포함한 유럽과 일본 등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차별 논란이 제기되는 '조립 요건'과 관련해선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나라를 포함시키는 방안에 우선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것이 법 조항과 연결돼 있어 법개정을 해야 하는 등 여의치 않을 경우엔 시행령에 이를 반영해 현대차 조지아 전기차 공장 완공 시점인 2025년까지 3년 미루거나 미국에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해 유예를 적용하는 의견이 제안될 전망이다. '조립' 자체의 정의를 확대해 반조립 상태에서 최종 단계만을 미국에서 거쳐도 미국산 전기차로 간주하는 방안 역시 대안으로 포함할 방침이다.
보조금 지급 대상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립된 전기차도 포함하도록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정부는 포괄적 혜택이 적용되는 상업용 전기차의 범위를 확장하는 방안이 또 다른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