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BTS·임영웅 잡아라…OTT, 이유 있는 생존 전략 [연계소문]

입력 2022-11-06 14:00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인 CJ 계열 티빙과 KT 계열 시즌의 합병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게 될지 이목이 쏠린다. 각 OTT가 타사와는 차별화된 특장점을 내세우며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티빙과 시즌의 합병을 승인했다. 두 회사는 합병 이후 유료 구독형 OTT 시장 점유율 2위에 등극하게 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기준 올해 1~9월 티빙과 시진의 평균 시장점유율은 각각 13.07%, 4.98%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합병 후 점유율은 18.05%로 토종 OTT 1위를 달리고 있는 웨이브(14.37%)를 제치게 된다. 1위는 넷플릭스다.

콘텐츠 분야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KT에게 OTT 시장 경쟁력이 크게 뒤처지는 시즌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티빙에겐 유료 구독자를 증대시킬 안정적인 창구가 필요했다. 두 기업의 만남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 킬링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티빙과 이동통신 가입자 기반의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 KT가 만나 시너지를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적 성장 외에 질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면, 콘텐츠 보강에 특히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티빙은 '환승연애' 시즌2로 좋은 흐름을 탔고, '술꾼도시여자들' 2편 공개도 앞두고 있다. KT는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히트시킨 이후 '신병'으로도 재미를 봤다. 특히 양사 모두 TV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큰 강점이다. CJ는 tvN, Mnet, OCN 등 드라마·예능·음악을 아우르는 다양한 채널을 보유 중이며, KT의 채널 ENA는 '우영우'를 비롯해 '나는 솔로', '강철부대', '애로부부' 등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다만 웨이브도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어 토종 OTT 1위 자리가 바뀌게 될지는 미지수다. 웨이브는 현재 드라마, 예능은 물론 영화까지 제작하며 공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충하고 있다. 지난달 폐막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적극적으로 신작 홍보를 해 주목받았다. 여기에 웨이브 또한 SK텔레콤이 출범한 플랫폼으로 통신사를 기반에 두고 있고, 지상파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무기까지 갖추고 있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OTT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한때 '좋은 오리지널 작품'으로 승부를 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상황이라 브랜드 포지셔닝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지상파 방송 시청 외에도 해외 유명작품을 독점 제공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HBO에서 제작한 '왕좌의 게임', '석세션', '하우스 오브 드래곤' 등을 선보였고, 일본 애니메이션 등도 제공 중이다.


쿠팡플레이는 예능 'SNL 코리아'로 인기를 끈 이후 손흥민이 소속된 프리미어리그 인기 구단 토트넘을 초청해 두 차례 경기를 진행하고 모두 쿠팡플레이에서만 생중계해 MAU 확대 효과를 누렸다. 극장에서 개봉 중이던 '한산: 용의 출현'을 독점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더해 타 방송사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장르인 시트콤을 내놓기도 했다.

K팝, 트로트 등 가요계와의 협업도 눈여겨볼 만 하다. 디즈니+는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 실황을 공개하면서 "BTS 라이브 공연은 우리의 '텐트폴(흥행작)'"이라고 자신했다. 티빙은 임영웅 콘서트를 생중계할 당시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와 신규 설치 기기 수가 급등했다. 역대 티빙 라이브 생중계 중 가장 높은 유료 가입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웨이브, 시즌 등에서는 꾸준히 K팝 그룹의 리얼리티를 선보여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K팝 가수는 팬덤이 탄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과가 보장된다"면서 "콘서트 실황이나 생중계의 경우 일시적인 가입자 증대를 유발할 수 있고, 리얼리티는 팬들의 호응이 높아 SNS 등을 통한 언급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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