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비전 스타트업 아이코어(iCore)는 흔히 생각하는 테크 스타트업의 모습과는 다르다. 갓 졸업한 대학생이 창업하지 않았고 AI(인공지능)나 메타버스와 같은 최신 유행 업종도 아니다. 대신 지난 30년 동안 기계공학을 연구한 베테랑 연구원 출신인 박철우 대표와 그와 몇 십년을 함께 한 동료들이 있다. 이들이 손잡고 독일과 일본, 미국이 장악해 진입장벽이 높은 머신비전 부문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머신비전은 인간이 가지고 있거나 인간보다 뛰어난 시각과 판단 기능을 기계에 부여하는 산업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사용해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결함도 신속하게 탐지하는 것이 목표다.
박 대표는 "머신비전 부품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높지만 너무 어려운 도전이기 때문에 선진국의 몇몇 대기업만이 이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성능 부품과 모듈을 개발하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성공적인 개발 이후에도 이윤이 창출되기까지 수 년이 걸리기 때문에 선뜻 도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반도체 기술이 고도화하고 시장이 성장하면서 반도체 제품의 결함을 탐지하고 품질을 검증하는 머신비전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며 "비단 반도체 뿐 아니라 정밀한 기술 검증을 요구하는 여러 분야에서 머신비전의 역할은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코어는 아이펄스(iPulse), 아이포커스(iFocus), 아이라이트(iLight), 아이플러스(iPlus), 그리고 아이비전(iVision) 등 다섯가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현재까지 아이비전만 제외하고 스트롭 컨트롤러인 아이펄스와 오토포커스 모듈인 아이포커스 등 네가지 제품은 모두 상업화돼 있다.
이미지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자동 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조명이 꺼졌다가 켜질 수 있냐는 것이다. 아이펄스는 머신비전 어플리케이션에 특화돼 고속 전류 제어 및 고효율 구동이 가능한 LED 컨트롤러다. 아이코어는 세계 최초로 200A 이상의 조건에서도 0.50μs (마이크로세컨드) 이하의 초정밀 전류 펄스를 생성하는 고효율 파워 회로를 개발한 점과, 이에 따라 안정적이고 정교한 스트로브 조명 제어가 가능한 것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아이포커스 라인의 iSAF는 광 삼각법의 원리를 이용한 FPGA 기반의 실시간 자동 초점 모듈이다. AOI(자동 광학 검사기)의 고배율 광학시스템에 적용하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검사에서 1μm 이하의 불량을 고속으로 검출 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대상의 위치를 측정하여 최적의 이미지를 자동으로 맞춰주는 시스템이다.
고배율 광학계에서는 심도(DOF)가 얕아서 촬영 대상의 높낮이가 달라질 때 초점이 맞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아이코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광학계와 촬영 대상 간 거리를 측정하고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세번째로 상용화된 라인업은 고출력 LED가 탑재된 머신비전 전용 광원 ‘아이라이트’다. 일본의 스나가라 연구소의 제논 램프가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제품 중 하나지만, 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가스 사용이 필요없는 아이라이트가 더 각광받을 것으로 아이코어는 기대한다.
미국의 코그넥스와 독일의 PI (Physik Instrumente), 일본의 미쓰도요와 같은 시장 주도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아이코어는 대량 생산에 따른 원가 절감보다는 기술의 고급화, 포괄적인 제품 라인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 덕분에 올해 초에 LG 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자회사 LG PRI로부터 수주를 받았고, 창업한지 1년도 안된 2020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회사로부터 수주를 받았다. 대만의 TSMC는 현재 POC 검증을 진행 중이다.
아이코어는 2020년 포스텍으로부터 5억5000만원의 투자를 받는 등 총 10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시드 단계에서 유치했다. 앞으로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오는 2026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지원 기자 j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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