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참사 4시간 뒤에야 지휘부 회의

입력 2022-11-04 18:08   수정 2022-11-05 00:27

경찰 수뇌부가 이태원 참사 예방에 실패한 것은 물론 사후에도 늑장 대처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취침하느라 문자 보고를 확인하지 못하는 바람에 첫 보고보다 40분가량 늦게 사고 발생을 인지했다는 사실이 4일 새롭게 확인됐다. 경찰 수사와 감찰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 청장, 자느라 인지 42분 늦어져
경찰청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윤 청장은 심야에 잠이 들어 사고 발생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았다. 윤 청장은 토요일 휴일을 맞아 경찰서장으로 재직했던 충북 제천시를 방문해 지인들과 월악산을 등산한 뒤 오후 11시께 캠핑장 숙소에서 잠들었다.

이 시간은 참사(오후 10시15분)가 시작된 지 약 45분 뒤다. 윤 청장은 긴급 상황이 발생한 사실을 모른 채 취침한 것이다.

이후 경찰청 상황 담당관은 오후 11시32분 서울 용산 이태원 일대 인명 사상 사고가 났다는 문자를 보냈고, 11시52분에는 전화했지만 윤 청장은 취침 중이라 연락을 받지 못했다. 윤 청장은 이튿날인 30일 0시14분 상황 담당관이 다시 한 차례 전화하고 나서야 첫 보고를 받게 됐다. 문자로 처음 보고한 시간보다 42분 후, 참사 1시간59분 후에 상황을 인지한 것이다. 이후 윤 청장은 서울로 즉시 출발했고, 5분 뒤 서울청장에게 전화로 총력 대응 등 긴급 지시를 내렸다.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11시1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1시20분에 사고를 보고받았다. 경찰을 총체적으로 지휘해야 할 윤 청장이 가장 늦게 사고를 파악한 것이다. 윤 청장의 뒤늦은 인지와 상경에 든 시간으로 경찰청 지휘부 주재 회의도 오전 2시30분에야 열리게 됐다.
“윤 대통령 지시 이행 못했을 수도”
윤 대통령의 지시가 경찰에 제대로 전달됐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사고 당일 11시1분에 처음 보고받고 11시21분 첫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윤 청장은 밤 12시가 넘어서야 보고받았기 때문에 이 지시를 이행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119상황실에서 국정상황실로 오후 10시53분에 (사고 내용이) 전달됐고, 파악하고 바로 11시1분에 보고했다”며 “그에 따라 지시가 11시21분에 내려졌고, 지시는 모든 기관에 하달되기에 경찰청에도 지시가 내려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시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으니 전력을 동원해 인명을 구조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설명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긴급 지시가 내려진 지 4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경찰청장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성역 없는 수사하겠다지만…
경찰 수뇌부의 늦은 사고 인지 시간이 연이어 문제가 되면서 특별수사본부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손제한 특수본부장은 이날 “압수물이 분석된 곳부터 사건관계인 조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특수본에선 이번 안타까운 사고와 관련해 한 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성역 없는 수사를 해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벌써 “청장까지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냐”는 부정적 시각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 특수본은 지난 2일 서울청, 용산서 등 총 8곳 기관을 강제수사하면서 서울청장실, 용산서장실은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민기/강영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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