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주택 경기 침체로 서울 종로·성북·강북·서대문구의 집값이 작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달 중순 수도권 부동산 규제 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추가 해제를 예고한 가운데 이들 구(區)의 해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서울 25개 구 중 종로구·성북구·강북구·서대문구 집값 하락률은 지난해 누계 상승폭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집값이 3.54% 올랐던 종로구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3.97% 하락했다. 성북구 집값은 올해 4.74% 하락해 작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작년 3.74% 오른 강북구 집값은 올해 3.84% 하락했고, 서대문구도 작년 상승분(4.04%)을 넘는 4.30% 떨어졌다.
당분간 전국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연말 누계 하락률은 지난해 상승분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구(작년 3.87%→올해 -3.80%), 도봉구(5.96%→-5.06%), 은평구(4.71%→-4.34%) 등도 작년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하락 폭이 크다고 해서 1년 전 가격으로 회귀한 것은 아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변동 폭을 나타내는 지표인 만큼 동일 수치만큼 떨어졌다고 해서 가격이 제자리로 돌아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개별 아파트 단지로 보면 실거래가가 수 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곳이 속출하고 있다. 도봉구 창동주공19단지 전용면적 60㎡는 지난달 4일 2020년 상반기 시세 수준인 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 전용 79㎡는 2020년 9월 '10억원 클럽'에 가입한 뒤 이듬해 3월 12억4000만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호가는 2억원가량 떨어진 10억원 수준이다. 강남권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76㎡도 2020년 12월 수준인 19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업계에선 이달 중순쯤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서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서울 일부 외곽 지역의 규제가 해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가 인상된다면 부동산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어 서울도 외곽을 중심으로 일부 해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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