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기율위)는 5일 인민은행 당위원회 위원인 판이페이 부행장을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규율 심사와 감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혐의는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에선 공산당이 법원이나 검찰 등 국가기구보다 우위에 있으며, 공산당 간부의 수사는 당 기율위가 전담한다. 기율위가 조사를 발표하면 해당 인물에 대한 처분은 이미 결정된 것으로 간주된다. 인민은행은 홈페이지에서 판 부행장의 사진과 소개 자료 등을 삭제했다.
홍콩 명보는 판 부행장이 시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한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조사를 받는 첫 고위급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판 부행장을 비롯한 최근 낙마 인사들이 중국 금융계의 대부로 불렸던 왕치산 부주석의 측근들이라는 점에서 시 주석이 금융계 개혁을 추진할 것란 관측도 나온다.
판 부행장은 왕 부주석이 1994∼1997년 중국건설은행 부행장과 행장을 맡던 시기 자금계획부 부주임 등으로 일했다. 앞서 왕 부주석 비서 출신인 톈후이위 전 자오상은행장은 지난 10월 당적과 공직을 박탈하는 '솽카이(雙開)' 처분을 받았다. 왕 부주석의 최측근인 둥훙 중앙기율위원회 중앙순시조 부조장도 올 1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사형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 집권 1기(2012∼2017년)때 기율위 서기로서 강도 높은 반부패 드라이브를 이끈 인물이라는 점도 관심을 끈다.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18차 당대회 직후에는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와 관련된 인물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저우융캉 세력의 축출이 단행됐다. 이어 19차 당대회 이후에는 루웨이 전 중앙선전부 부부장이 솽카이 처분을 당한 뒤 시 주석의 핵심 지위를 옹호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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